[리드] 억만장자이자 TV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 Tank)’ 투자자로 잘 알려진 마크 큐번(Mark Cuban)은 약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포브스 추정의 자산가이지만, 여전히 극단적일 정도로 검소한 생활 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값싼 중고차를 타고, 한밤중에 장을 보며, 심지어 세탁까지 스스로 처리한다. 큐번의 사례는 ‘고소득-고소비’가 아닌 ‘저소비-고투자’ 전략이 장기 부를 창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큐번은 억만장자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독특한 절약 습관을 실천해 왔다. 그는 오늘날에도 “절약은 선택이 아닌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누구든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지출 관리가 부(富) 형성의 출발점임을 역설하고 있다.
다음은 큐번이 직접 소개한 5가지 대표적 절약 습관과 이에 대한 배경, 그리고 기자의 전문적 분석이다. 각 항목은 검증 가능한 사실과 개인적 인용으로 구성돼 있어, 독자가 자신의 재무 계획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① 값싼 중고차 운전
큐번은 25세까지 200달러(약 26만 원)를 넘지 않는 자동차만 탔다. 그중 1977년식 피아트 X1/9는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그의 블로그 ‘Blog Maverick’에 회고했다. 그는 저가 차량 유지로 절감한 비용을 주식·솔루션 개발 등 초기 투자에 집중했다. 재무설계 관점에서 ‘감가상각이 큰 사치성 자산’ 대신 ‘현금흐름을 창출할 자산’에 자본을 배분한 셈이다.
“차는 이동 수단일 뿐, 부(富)를 과시하는 도구가 아니다.” ― 마크 큐번
② 룸메이트와의 공동 생활
24세 때 그는 댈러스의 3베드룸 아파트에서 무려 5명의 룸메이트와 동거했다. “내 방은커녕 소파나 바닥에서 잤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옷장은 없었고, 그의 물건은 ‘바닥 위 한 무더기’가 전부였다. 이러한 ‘학생처럼 살기(Student Mode)’ 전략은 과소비·카드빚을 막아 주는 행동 장치(Behavioral Device)로 작동했다.
③ 자정에 장보기
20대 초반, 그는 마트가 문 닫기 직전인 밤 12시에 식료품을 샀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고 정리를 위해 가격이 급락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1.29달러 프렌치프라이와 할인 치킨을 ‘득템’했다고 회상한다. 이는 ‘시간 차익 거래’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즉, 소비자도 정보·시간을 무기로 삼아 가격 왜곡 구간을 노리면 즉각적인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참고: 국내 대형마트 역시 폐점 1~2시간 전 ‘타임세일(Time Sale)’을 자주 시행하므로, 동일 전략을 적용해 볼 만하다.
④ 집안일 셀프 처리
대부분의 억만장자가 집사와 도우미를 고용하지만, 큐번은 세탁은 물론 일상적인 가사 노동을 직접 한다. 그는 “세탁기 버튼만 누르면 끝, 2초밖에 안 걸린다”고 말한다. 이는 ‘소요 시간 대비 편익’을 과학적으로 비교한 결과다. 투입 시간은 짧고, 절약 효과는 반복 누적된다.
“작은 절약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복리로 불어난다.” ― 마크 큐번
⑤ 생활필수품 대량 구매
현재도 그는 샴푸·치약·세제 등 소모품을 세일 기간에 2~3년치씩 사 둔다. 큐번은 “물가는 결국 오른다. 할인 시점에 사 두면 즉시 수익률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 개념과 유사하며, 비변동성 소비재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미래 현금유출을 현재 가격으로 고정하는 재무 전략이다.
■ 전문가 해설 — ‘검소한 소비’의 거시경제적 가치
큐번의 사례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팁’이 아니다. ① 감가자산 축소, ② 고정비 최적화, ③ 정보 비대칭 활용, ④ 직접 노동 투입, ⑤ 물가 헷지라는 5단계 재무 공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단계에서부터 리스크․수익률 개념을 접목하면, 투자 가능한 잉여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복리 투자(Re-Investment)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이는 장기 부 축적의 핵심 동력이 된다.
또한 그는 젊은 층에게 “소득이 늘어도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생활수준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확산 중인 ‘파이어족(FIRE) 운동’—젊어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일찍 은퇴하려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그의 절약 습관은 누구나 실천 가능한 단계적 행동 변화이며, 거시적 차원에서는 가계부채 축소·자본시장 유동성 확대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 용어 설명
Frugality : 필요 이상의 소비를 지양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는 생활 태도를 의미한다. ‘검소함’과 유사하나,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소비 절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절약과 구분된다.
타임세일(Time Sale) : 마감 시간 직전에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단기 할인 판매다. 한국 대형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당일 진열식품 30% 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Lifestyle Inflation) : 소득 증가에 비례해 소비 수준도 상승해 실제 저축·투자 여력이 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 취재·번역 | 뉴스핌(NASDAQ 제휴) 홍길동 기자
원문 : 『5 Frugal Habits of Mark Cuban』, GOBankingRates,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