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VS.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를 지지하고 조란 맘다니 후보를 반대하는 슈퍼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들이 4,000만 달러(약 550억 원)를 웃도는 자금을 모으면서 미국 부호들의 선거 개입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2025년 10월 3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Fix the City’ 등 독립 지출 위원회(Independent Expenditure Committee)에 빌 애크먼, 로널드 라우더, 윌리엄 라우더, 배리 딜러, 댄 로엡 등 뉴욕 기반 억만장자들이 대규모 기부를 단행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월마트 공동 창업 가문 출신 앨리스 월턴 등 뉴욕 외 거주 부호들도 이름을 올렸다.
1. ‘Fix the City’의 자금 규모와 구조
선거 자료에 따르면 Fix the City는 3,2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뉴욕시 선거 자금 한도를 우회하는 최대 규모 슈퍼 PAC으로 집계됐다. 같은 목적으로 설립된 ‘Defend NYC’(250만 달러 모금)와 ‘New Yorkers for a Better Future’(150만 달러 모금)까지 합치면 반(反) 맘다니 진영의 총 전쟁 자금은 4,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슈퍼 PAC이란 무엇인가?
미 연방 대법원의 ‘Citizens United’ 판결 이후 등장한 정치자금 조직으로, 개인·단체로부터 무제한 기부를 받을 수 있지만 후보 캠프와 공식적으로 협의할 수 없는 구조다. 세액공제 혜택이 없으며,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 맘다니의 정책 공약과 부자들의 ‘위기감’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를 자임하는 맘다니 후보는 임대료 동결·버스 무료화·무상 보육·공영 식료품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원은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추가 2% 세율을 부과해 마련하겠다는 복지 확대 모델이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우세를 유지하자, 부유층과 보수 진영은 정책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기부 공세를 강화했다.
3. 주요 기부자별 동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6월 프라이머리 이전 두 차례에 걸쳐 총 830만 달러를 쾌척했지만, 9월 맘다니와 면담 이후 추가 기부는 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이자 테슬라 이사인 조 게비아는 10월 ‘Fix the City’와 ‘Defend NYC’에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기술·벤처 업계 자금을 보탰다.
에스티 로더 상속 가문도 적극적이다. 로널드 라우더는 9월 75만 달러, 윌리엄 라우더는 8월 50만 달러를 냈으며, 기타 라우더 일가가 75만 달러 이상을 추가 기부했다.
티시(Tisch) 가문도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10월에만 애비게일·루이즈·모드·로리 티시가 개인당 10만 달러씩, 앨리스 티시는 50만 달러를 쾌척했다. 티시 가문은 부동산·호텔·스포츠 구단(NFL 뉴욕 자이언츠) 등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집안이다.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과 댄 로엡은 6월에 각각 25만 달러씩 기부한 데 이어 10월에도 동일 금액을 반복 송금했다. 투자 업계가 친(親)쿠오모 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라스베이거스 거주 스티브 윈은 10월 50만 달러를 송금했으며, 아칸소주 벤턴빌의 앨리스 월턴은 4월과 8월 각각 10만 달러를 기부해 총 20만 달러를 지원했다. 월턴은 뉴욕 정치 경험이 거의 없지만 차터스쿨 확대를 지지해온 이력이 있다. 반면 맘다니는 차터스쿨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성향 기부로 알려진 배리 딜러(IAC 회장)도 10월까지 두 차례 합산 50만 달러를 내며 이례적으로 공화·보수 부호와 보조를 맞췄다.
4. 친(親)맘다니 진영 재원 열세
New Yorkers for Lower Costs라는 친(親)맘다니 슈퍼 PAC은 모금액이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억만장자 기부자는 오직 엘리자베스 사이먼스(고(故)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창업자의 딸)뿐이다.
이러한 재정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맘다니는 “부자들이 내세운 돈은 오히려 내 정책이 서민에게 권한을 되돌려준다는 증거”라며 공세를 역공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는 10월 28일 MSNBC 인터뷰에서 “그들이 쓰는 돈은 내가 그들에게 부과할 세금보다 많다”고 일갈했다.
5. 전문가 시각: ‘돈의 역풍’ 가능성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초대형 기부가 되레 ‘금권 선거’ 프레임을 강화해 맘다니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위험을 지적한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경제적 양극화·자산 불평등 문제가 정치 의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부자 대 서민 구도가 선거판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대(NYU) 정치학과의 린다 로젠 교수주1는 “거액 기부가 후보 당선 확률을 높이는 ‘단기 이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 불신을 증폭해 제도 개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1: 인터뷰 발언은 CNBC 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해당 교수는 CNBC 방송 패널 인터뷰에서 동일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6.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선거일이 11월 4일(현지시간)로 다가오면서, TV·디지털 광고를 포함한 양 진영의 지출 속도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뉴욕시 재정, 부동산 시장, 공공서비스 예산 구조가 상당 폭 바뀔 수 있어 월가·부동산·기술·문화 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주거 안정화 정책(임대료 동결)과 증세안은 부동산·헤지펀드·소득 상위 계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선거 직후 시 의회와의 협상력이 당선자의 국정 운영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누가 승리하든, 이번 선거는 ‘돈·권력·정책’ 삼각 구도가 뉴욕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 CNBC Inside Weal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