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레브친(Max Levchin) 어펌(Affirm) 공동창업자 겸 CEO가 인공지능(AI)이 소비자 대신 반복 업무를 수행하고 금융상품의 조건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 쇼핑과 결제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결제와 상품 추천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레브친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Reuters Momentum AI Finance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AI가 인간의 주의력 결핍을 악용하는 사업 모델을 약화시키고, 수수료 구조 전반의 재설계를 강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브친은 곧 AI 에이전트가 과도한 이자율이나 연체 수수료가 붙은 상품을 즉시 걸러내 소비자에게 경고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수수료 구조를 전면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가 상품의 조건과 위험을 실시간으로 평가·비교하는 순간, 불투명한 비용을 숨기는 전략은 지속되기 어려워진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지만, 바보 같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소비자를 노리도록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이 깊이 있게 제거되는 미래로 가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은 전부 봇이 처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전틱 AI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극히 적은 형태의 AI를 뜻하며, 생성형 AI의 차세대 진화로 폭넓게 간주된다. 레브친은 머지않아 이들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쇼핑하고 결제하며, 구매에 적합한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레브친은 “대학 시절 이자 유예형 신용카드에 가입하던 어리석고 젊고 순진했던 과거의 나였다면, 세부 약관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령 읽었다고 해도, 일부러 난해하게 쓰인 문구 속에서 몇 초 만에 길을 잃었을 것이다. AI는 그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 AI는 가장 작은 글씨(fine print)까지 읽어 함정(gotcha)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 나우 페이 레이터(BNPL) 사업자인 어펌과 클라르나(Klarna) 등은 소비자가 구매 대금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대출을 제공한다. 상환 기간은 최대 36개월까지 가능한 경우가 있으며,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4회 분할 결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BNPL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 지출에서 BNPL이 견인한 금액은 $82.4억 달러로, 2023년 대비 9.9% 증가했다.
레브친은 지난 8월 주주서한에서 어펌의 AI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자사의 제품이 챗봇, 인터넷 브라우저, 디지털 지갑 등에 용이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어펌이 “이를 위해 태어난(built for this)” 회사라고 표현하며, AI 중심 환경에서의 적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에이전틱 쇼핑으로의 전환이 소매·결제 시장 전반의 판도를 바꾸며, 구성 가능한(composable)·적응형(adaptive) 솔루션을 수용하는 기업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정형화된 수수료 체계나 불투명한 약관에 의존해온 모델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자율형 AI로 방향을 튼 대형 기업 중 하나로 월마트(Walmart)가 거론됐다. 월마트는 7월 고객 지원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AI 기반 “슈퍼 에이전트”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월마트는 향후 5년 내 온라인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전자상거래 성장의 동력으로 AI를 지목했다.
용어 해설 및 맥락
에이전틱 AI(agentic AI)란 비교적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를 뜻한다. 사용자 지시에만 반응하는 단순 생성형 모델을 넘어, 의사결정·행동을 스스로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기사에서 레브친은 바로 이러한 에이전틱 AI가 상품 비교·위험 탐지·결제 실행까지 맡게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BNPL(Buy Now, Pay Later)은 지금 구매 후 나중에 분할 상환하는 방식의 결제 옵션이다. 기사 속 수치는 BNPL이 온라인 지출 확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며,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4회 분할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이 방식은 소비자에게 유연한 현금흐름을 제공하지만, 이자·수수료 구조의 투명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이자 유예형 신용카드와 fine print(세부 약관의 작은 글씨)는 소비자 금융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쟁점이다. 레브친의 발언은 AI가 세부 조항의 함정을 빠르게 식별함으로써, 소비자가 불리한 조건을 피하고 비용·규정의 가시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의미와 파장
이번 발언은 소매·결제 분야에서 AI에 의한 주권 이동—즉, 정보 비대칭 해소와 조건 비교의 자동화—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과 약관의 평이성은 경쟁력의 핵심 척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불투명한 조건을 전제로 한 수익 모델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레브친은 이러한 맥락에서 어펌의 AI 적합성을 강조했으며, 월마트 사례는 대형 리테일에도 자율형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