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깜짝 실적’에도 주가 무덤덤…무엇이 문제인가

S&P 500에 상장된 미국 기업들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치를 잇따라 웃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응은 예상보다 차갑다.

2025년 8월 5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S&P 500 전체 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로, 6월 말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했던 4%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직후 주가 성과는 역사적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종목의 중앙값 수익률은 지수를 0.55%포인트 상회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 평균 1.01%포인트 대비 절반 수준이다. 반대로, 예상을 밑돈 기업의 주가는 과거보다 두 배가량 더 크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보상이 미미하다”며 “투자자들이 좋은 뉴스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아마존이 거론된다. 전자상거래 거인은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3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발표 후 이틀간 주가가 9% 넘게 밀렸다. 같은 날 발표한 온세미컨덕터 역시 ‘견조한 성적표’를 내놨지만, 월요일 하루에만 15% 이상 급락했다.

왜 실적 호조가 주가로 이어지지 않는가?

첫째, ‘매그니피션트 세븐’(Magnificent Seven)이 지수 이익 성장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이들 빅테크 7개 종목의 2분기 이익 증가율은 26%로, 나머지 493개 종목(4%)과 격차가 크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깜짝 실적’보다 빅테크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 용어 설명
‘매그니피션트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S&P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주를 일컫는다. 이들 종목은 2024~2025년 랠리를 주도하며 지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애널리스트들이 관세(타리프) 리스크를 과도하게 우려해 ‘지나치게 낮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점도 반영됐다. 기업들은 실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을 관리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지만, 낮춰 잡힌 ‘허들(문턱)’을 뛰어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 관세 리스크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부과된 추가 관세가 연장·강화될 경우, 기업의 원가·마진·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진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거시 리스크’로 간주해 기업 가치 산정 시 할증(디스카운트)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관세 영향은 정책 입안을 주관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시각에서도 미확정 변수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FOMC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a long way to go)”고 말했다. 이에 대해 RBC 캐피털마켓의 로리 칼바시나 미주 주식 전략 책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을 검토한 결과, 무역정책 변화가 2026년 수요와 실적 가이드에 어떤 파급을 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해석과 향후 전략

시장 관계자들은 ‘어닝시즌 무풍지대’ 현상을 두고, 1) 디지털·AI 중심 초대형주 편중 현상, 2) 거시정책 불확실성, 3) 성장률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실적 발표에 단기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리턴 구조를 재점검하고,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거나 방어적 섹터로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보고서 말미에서 “실적 시즌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컨센서스가 현실과 수렴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관세·정책 변수의 해소 여부가 연말 랠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더는 자동으로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숫자’만이 아니라 거시 환경과 밸류에이션, 산업 구조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