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약한 시장 폭(Breadth)’이 결국 주요 지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화요일 장중,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에서 차익실현성 매물이 출회되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한때 459.62포인트 급락했고, S&P 500은 0.7%, 나스닥 컴포지트는 1.7% 하락했다. 팔란티어(Pltr.)는 7% 넘게 급락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시장 전반으로 오르는 종목이 드물고, 소수의 대형 테크·AI 주도주에 성과가 과도하게 의존된 구조가 결국 매도 압력을 증폭시킨 셈이다.
2025년 11월 4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반 기준 주요 지수의 낙폭이 커졌다가 일부 만회했으나, AI 대표주 약세가 지수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팔란티어를 비롯한 AI 관련 이름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시장 폭 축소가 드러내는 구조적 취약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전일(월요일)만 해도 S&P 500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상승 마감했지만, 구성 종목 300개 이상이 하락 마감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지수는 올랐지만 실제로 오르는 주식의 폭과 수는 줄어드는 ‘협소한 상승’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시장이 소수 대형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면이 길어질수록, 만약 이들 AI 리더가 모멘텀을 잃거나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할 경우, 단기간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기관의 경고음도 커졌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화요일 배포한 노트에서 부제목을 ‘Narrow Breadth Triggers Rotation away from U.S. Equities’(협소한 시장 폭이 미국 주식에서의 회전을 촉발)로 달고,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일부 고객들은 SPX493에서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폭이 좁다는 점이 공포 증가 및/또는 밸류에이션 과대평가를 시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노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금리/크레딧)로의 이동 및/또는 국제 옵션으로의 회전을 촉발할 수 있으며, 특히 미 달러화가 하락세를 재개할 경우 그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 폭 축소의 신호도 제시됐다. 시가총액가중 S&P 500을 추종하는 SPY와, 동등가중 S&P 500을 추종하는 RSP의 성과를 비교하면, 시장 폭(Breadth)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10월 한 달 동안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앞질렀다는 점도 협소한 시장 폭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됐다.
Piper Sandler의 최고 시장기술분석가인 크레이그 존슨(Craig Johnson) 역시 자사 프로프리어터리(독자) 폭 지표들이 ‘급격한 되돌림 또는 조정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이처럼 집중된 상승 국면에서 과도한 추격 매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부진한 섹터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하고, 핵심 지지선을 하향 이탈하는 종목·섹터에도 노출을 줄이라. 대형 기술주는 횡보·정체 국면이 나타날 공산이 큰 만큼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용어 해설: 시장 폭(Breadth)과 지수 구성 방식
‘시장 폭(Breadth)’이란 상승·하락에 참여하는 종목의 폭과 비중을 뜻한다. 지수가 오르더라도 소수의 대형주만 오르고 다수의 종목이 하락한다면, 시장 폭은 ‘약하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많은 섹터와 종목이 동반 상승하면 시장 폭은 ‘건전하다’고 본다. 시장 폭은 상승의 지속 가능성과 추세의 내구성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시가총액가중 지수는 대형주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에 반해 동등가중 지수는 모든 구성 종목에 같은 비중을 부여해, 시장 전반의 평균적인 체감을 더 잘 보여준다. 따라서 SPY(시가총액가중) 대비 RSP(동등가중)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면, 이는 소수 대형주의 독주와 시장 폭의 약화를 의미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2003년 이후 최저’라는 표현은 그러한 괴리가 이례적으로 확대됐음을 시사한다.
실무적 함의도 분명하다. 시장이 소수의 AI 리더에 의해 유지될 때, 해당 종목군의 모멘텀 둔화는 전체 지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JP모건이 거론한 ‘안전자산 선호’(국채금리/크레딧)나 ‘국제 옵션’으로의 회전은, 투자자들이 주식 익스포저를 줄이고 위험을 재배분하는 전형적 신호로 읽힌다. 또한 ‘달러화 하락 재개’라는 조건부 문구는 환율 변수가 자금의 해외 분산을 자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빅테크 집중장의 리스크 관리
크레이그 존슨의 권고처럼, 핵심 지지선을 하향 이탈하는 섹터·종목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은 전형적인 리스크 관리 접근이다. 또한 과도한 추격 매수를 피하고, 대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횡보·조정 시나리오를 전제로 변동성 관리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사실을 덧붙이려는 것이 아니라, 기사 속 기관 코멘트가 암시하는 포지셔닝 재점검의 방향성을 정리한 것이다.
실전 체크포인트
투자자 관점에서 확인해야 할 지표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SPY 대 RSP의 상대강도로 시장 폭의 변화를 점검한다. 둘째, 월간 기준으로 상승·하락 종목 수의 폭을 확인한다. 셋째, AI 대형주의 거래량·가격 패턴이 지지·저항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주시한다. 넷째, 달러화 추세와 크레딧 스프레드의 방향성 변화를 체크해 리스크 패리티 관점의 자금 흐름을 가늠한다. 이는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사에서 제시된 리스크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어떻게 관찰될 수 있는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요약하면, 화요일 미국 증시의 동반 약세는 AI 대표주의 되돌림이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지만, 그 배경에는 약화된 시장 폭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전일 S&P 500이 상승 마감했음에도 300개가 넘는 종목이 하락했다는 사실, SPY와 RSP 간 괴리가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신호, 10월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앞섰다는 데이터, 그리고 JP모건·파이퍼 샌들러 등 기관의 경계 메시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투자자들은 집중된 상승의 후유증을 염두에 두고, 과열 구간의 추격을 자제하며, 지지선·리스크 관리 원칙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