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들썩이다
에드 야데니(Yardeni Research 대표)는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내놓은 코멘트가 마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1996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연설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2025년 9월 2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여러 지표로 볼 때 주가가 상당히 높게 평가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시기’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데니는 파월 의장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인정한 부분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매출비율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22.8배로 1999년 닷컴버블 절정기 25배에 근접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험은 없다는 파월 발언이 오히려 불안”
그러나 야데니는 파월 의장이 “지금은 금융 안정성 리스크가 높지 않다”고 언급한 대목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금융위기는 대개 블랙스완(Black Swan)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고, 특히 비이성적 과열이 광범위하고 심화될 때 더 자주 나타난다”
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블랙스완은 통계적으로 드물지만 발생하면 충격이 큰 사건을 뜻한다. 1996년 12월, 그린스펀 전 의장은 “우리는 언제 자산가치가 비이성적 과열로 과도하게 상승해, 이후 예상치 못하고 장기간의 수축에 직면하게 되는지 알 수 있는가”라는 수사적 질문을 던져 거품 논쟁의 불을 지핀 바 있다.
AI 열풍이 만든 사상 최고가 속 ‘거품 논쟁’
S&P 500 지수는 24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인공지능(AI) 테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엔비디아는 2.8% 하락하며 8월 29일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 반도체 기업이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이례적 거래가 ‘공급업체와 고객 간 동반 버블’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펀더멘털은 아직 견조…그러나 수면 아래 위험 신호
야데니는 “주간 기준 S&P 500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최근 몇 주간 빠르게 상승했다”며 “3분기 기업실적이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그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문제 징후가 수면 아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위험 요인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통적으로 동행·선행 지표 간 괴리가 커질 때 유동성 경색이나 레버리지 역풍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선행 PER’과 ‘선행 PSR’이란 무엇인가?
선행 PER(Price to Earnings Ratio)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선행 PSR(Price to Sales Ratio)은 같은 기간 예상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PER 15배, PSR 2배 안팎이 ‘합리적’이라는 시장 경험칙이 있지만, 산업 구조 변화나 금리 환경에 따라 적정 범위는 달라진다.
현재 S&P 500 선행 PER 22.8배는 장기 평균 약 17배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성장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대형주가 PER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의문을 키운다.
연준 발언이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직접 언급한 것은 드문 일로 평가한다. 1990년대 후반 그린스펀의 한마디가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킨 전례를 감안할 때, 연준 수장의 언어는 단순 경고를 넘어 정책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이 “금융 안정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못 박은 만큼, 연준이 당장 거품 억제를 위해 금리 정책을 급격히 조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마진 대출 규제나 은행 자본비율 감독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론과 전망
야데니의 평가는 밸류에이션 과열 vs. 펀더멘털 개선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공존함을 보여준다. 시장은 AI 열풍과 견조한 실적이 만들어낸 ‘합리적 고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버블의 전조인지 판단해야 하는 복합적 국면에 서 있다.
투자자라면 매 분기 실적과 연준의 거시건전성 언급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간 저금리 환경에서 급증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어떤 식으로든 수익성 악화 또는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