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증시에 상장된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과 캐나다의 텍 리소스(Teck Resources)가 530억 달러(한화 약 71조 원) 규모의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합병은 2010년대 이후 광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대형 거래로 평가받으며, 새 법인명은 ‘앙글로-텍(Anglo Teck)’으로 확정됐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새 회사의 법적 본사를 캐나다에 두고 주요 상장(Primary Listing)을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런던 자본시장의 위상 강화와 함께 캐나다 정부의 자원부문 보호정책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 시너지 효과와 생산 규모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은 “이번 합병은 게임 체인저”라며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합병으로 탄생하는 앙글로-텍은 칠레 콜라후아시(Collahuasi)와 케브라다 블랑카(Quebrada Blanca) 광산의 지리적 인접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수처리·전력·운송 인프라를 통합하면 연간 17만 5,000톤의 추가 구리 생산과 14억 달러 규모의 EBITDA1 시너지가 가능하다.”
특히 에스콘디다(Escondida)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보다 앞서는 글로벌 구리 메이저로 부상할 전망이다.
■ ‘에스콘디다’는 무엇인가?
에스콘디다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세계 최대 단일 구리 광산이다. 연간 약 11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하며, BHP·리오틴토·JX금속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구리 현물가격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의 핵심 기지로 꼽힌다.
■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
제프리스(Jefferies)의 크리스토퍼 라페미나·패트리샤 호브는 “
전략·경제적 명분이 분명하며 규제 리스크도 관리 가능하다. 다만 대체 입찰자(interloper)가 등장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고 전했다.
TD 코웬(TD Cowen)의 크레이그 허치슨·에르나드 시예르치치 또한 “
동등 합병(merger of equals)인 만큼 일부 투자자는 ‘프리미엄이 없다’는 점에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의 친화적 거래 보호 장치 탓에 제3자가 우호적 합병을 깨기는 쉽지 않다.
”고 분석했다.
■ 투자자 시각 변화
영국 AJ 벨(AJ Bell)의 투자 디렉터 러스 몰드는 “앵글로 아메리칸이 ‘피인수 대상’에서 ‘포식자’로 변신했다”며,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앵글로는 구리 사업 부문이 대폭 확대돼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핵심 소재인 구리 공급을 주도하게 된다.”
고 평가했다.
■ 향후 분사 가능성
JP모건의 도미닉 오케인은
“프리미엄이 없는 동등 합병은 전략적으로 탁월하다. 합병 완료 후 철광석 부문을 분사하거나 인적 분할해 ‘순수 구리 플레이어’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또한 텍 리소스의 복잡한 이중 의결권 구조가 사라지면서 지배구조도 단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자의 시각
광산업계는 탈탄소화·전기차 보급·재생에너지 확장 등 구조적 수요 증가로 구리 가격이 장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앙글로-텍은 얻는 시너지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 다만 칠레 정부의 로열티(자원 사용료) 인상과 환경 규제 강화가 실현 시너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1 EBITDA(에비타)는 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을 의미하며,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