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센추어, 호주 사이버보안 업체 사이버CX 인수…역대 최대 규모 ‘1조 원대’ 거래

액센추어(Accenture)가 호주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사이버CX(CyberCX)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는 액센추어가 사이버보안 부문에서 진행한 거래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되며, 호주 파이낸셜리뷰(Australian Financial Review) 추산 기준 10억 호주달러(미화 약 6억5,000만 달러·약 8,600억 원)에 달한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호주 사모펀드 BGH 캐피털(BGH Capital)이 보유한 사이버CX 지분 전량을 액센추어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거래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양사 모두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액센추어와 BGH 캐피털은 로이터의 추가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금융업계에선 “거래 절차가 마무리되면 액센추어가 사이버보안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이버 보안 수요 급증…기업들의 ‘방패’ 필요성 부각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사이버 공격이 정교화되면서 헬스케어·금융·제조업 등 주요 산업 전반이 막대한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운영 중단, 민감 정보 유출, 금전적 손실 등 현실적인 위협이 커지자, 기업들은 외부 전문기관의 통합 보안 솔루션에 의존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액센추어가 공격적으로 보안 역량을 확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로 풀이된다.

사이버CX는 2019년 BGH 캐피털의 지원 아래 12개 중소 사이버보안 회사를 합병해 탄생했다. 본사는 멜버른에 위치하며,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 걸쳐 1,4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또한 런던·뉴욕 사무소를 통해 영국 및 북미 고객사까지 지원한다.

액센추어는 2015년부터 20건의 보안 업체 인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 ‘모르푸스(Morphus)’, 멕시코 ‘MNEMO’, 스페인 ‘이노텍 시큐리티(Innotec Security)’ 등을 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


호주·뉴질랜드 시장에서의 전략적 의미

호주와 뉴질랜드는 금융·자원·공공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사이버보안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법인 액센추어가 현지 1위권 보안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정부 기관·대형 은행·통신사 등 핵심 고객을 한 번에 확보하게 된다.

액센추어 호주·뉴질랜드 사업부를 총괄하는 피터 번스(Peter Burns)는 “데이터와 디지털 환경이 촘촘히 연결될수록 운영 밸류체인·공급망·기업 내부 전 영역에서 위협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고객의 사이버보안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 정부는 2024년부터 ‘국가 사이버 보안 전략 2030’을 수립하고, 향후 7년간 200억 호주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현지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는 액센추어의 중장기 실적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거래 구조와 재무적 파급

현재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1.5385호주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계약 금액 10억 호주달러는 미화 약 6억5,000만 달러(한화 약 8,600억 원) 규모다. 이는 액센추어의 2024 회계연도 총 보안 서비스 매출(약 69억 달러)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액센추어는 아시아·태평양 매출 비중을 단숨에 20% 이상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업계 추정치.

시장 전문가들은 “사이버CX가 이미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본딜은 액센추어의 주당순이익(EPS)에 즉각적인 희석 효과 없이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사모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만큼 구조조정·조직문화 통합이 성공 관건으로 지목된다.


용어 해설

사이버 보안(Cybersecurity)은 네트워크, 시스템, 프로그램을 디지털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프로세스·관행 전반을 의미한다. 최근 공격 방식이 랜섬웨어·피싱·공급망 침해 등으로 고도화되면서, 단순 방화벽 수준의 방어를 넘어 위협 탐지(Threat Detection), 사고 대응(Incident Response), 위협 인텔리전스(Threat Intelligence)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매니지드 보안 서비스(MSS)’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BGH 캐피털은 2017년 호주 멜버른에서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다. 호주·뉴질랜드 대형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바탕으로 소비재·헬스케어·교육·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사이버CX의 성장은 BGH 캐피털이 초기 단계부터 후행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밸류업(Value-up)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보안 전문기업을 흡수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콘발루컨설팅스(ConValue Consultings)의 김민지 수석연구원은 “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제너레이티브 AI가 확산되면서 공격 표면(Attack Surface)이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액센추어처럼 엔드투엔드(End-to-End)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고객 신뢰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수 후 인력 유지·기술 표준화·서비스 라인 통합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대했던 시너지 약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욱이, 사이버 보안 인재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고용·보상 정책이 관건이다.

한편, 액센추어의 주가는 올 들어 15% 상승해 S&P500 기술주 지수 상승률(12%)을 상회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딜이 플랫폼 기반 보안 서비스 강화→수주 확대→고마진 구조 정착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 주가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결론

액센추어의 사이버CX 인수는 지역 거점 확보·고객 풀 확대·원스톱 보안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종 규제 승인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5 회계연도 1분기 내 딜 클로징이 이뤄질 전망이다. 향후 실제 현장 통합 및 서비스 고도화 성과가 주가 및 업계 지형에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