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 애플은 유럽연합(EU) 규제 준수를 위해 시행한 개발자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EU가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억제를 목표로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의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규정 준수를 위해 앱스토어 외부 유통을 허용하고 자사 인앱 결제 시스템(최대 30% 수수료 부과) 사용을 옵트아웃할 수 있도록 변경했지만, 이러한 조치로 인한 비용 절감이 EU 사용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EU의 DMA에 대응해 EU 이용자 대상 앱의 앱스토어 외부 배포를 허용하고, 자체 인앱 결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개발자에게 부여했다. 이로 인해 수수료 체계가 조정되었고, 기존 최대 30%였던 부담이 평균적으로 20%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애플은 자사 의뢰로 애널리시스 그룹(Analysis Group)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개발자들이 절감된 비용을 최종 사용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EU 규제에 대한 애플의 비판을 재점화했으며, 회사는 DMA가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를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주장했다.
애플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DMA가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이라는 형태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추가로 보여 준다. 동시에, 이 규제가 혁신가와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장벽을 만들고, 소비자를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애널리시스 그룹의 보고서는 2024년 3월부터 9월까지의 기간 동안, 약 2만1,000개 제품에 대한 4,100만 건 이상의 거래를 분석했으며, 총 매출액은 4억300만 유로(약 미화 환산 참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의 10개 중 9개 제품에서 개발자들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수료 인하로 발생한 2,010만 유로 규모의 비용 절감분 가운데 86% 이상이 EU 외 개발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제품 중 약 9%에서만 가격 인하가 관찰됐다고 밝혔으나, 이는 통상적인 가격 변동 패턴과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관찰된 가격 하락의 대부분은 수수료 인하와 무관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DMA는 애플, 알파벳(구글),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7대 빅테크를 대상으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목적은 소규모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돕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 있다.
환율 참고 — $1 = 0.8575유로(기사 말미 기준)
용어 설명과 맥락
디지털시장법(DMA)Digital Markets Act은 EU가 디지털 플랫폼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초대형 기업에 대해 사전적 규율을 적용하는 법제다. 예를 들어, 특정 결제 시스템 강제, 자사 서비스 우대, 데이터 결합을 통한 경쟁 제한 등 행위를 금지 또는 제한한다. 이 법은 경쟁 촉진과 혁신 장려,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인앱 결제(IAP)는 앱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서비스를 구매할 때 사용하는 결제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 처리·보안·환불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애플의 경우 기존에는 최대 30%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돼 왔다.
애널리시스 그룹(Analysis Group)은 경제·경영 분야의 경험적 분석을 수행하는 컨설팅 기관으로, 가격 전가(pass-through)나 시장 구조 평가 등에서 데이터 기반 보고서를 제공한다. 본 건에서는 EU 내 앱 가격 변동과 수수료 인하의 효과를 거래 데이터로 검증했다.
해설: 가격 전가가 제한적이었던 이유에 대한 시사점
이번 결과는 플랫폼 수수료 인하가 곧바로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가격 전가율은 시장 경쟁 강도, 수요의 가격탄력성, 브랜드 파워, 메뉴 비용(가격 조정 비용), 프로모션·구독 설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예컨대 구독형 서비스의 경우 할인·번들링 전략이 중심이 되면서 단기적인 ‘정가 인하’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다채널 유통을 병행하는 개발자는 가격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EU만 별도 인하를 주저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기사에 제시된 사실을 넘어 새로운 수치를 덧붙이지 않고도, 수수료 인하와 최종 가격 간의 간극을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수료 절감분의 86% 이상이 비(非)EU 개발자에게 귀속됐다. 이 결과는 개발자 기반이 글로벌하게 분포해 있는 모바일 생태계의 구조적 특성을 시사한다. 규제의 직접적 혜택이 지역 외부로 흘러가면, EU 소비자에게서 체감되는 가격 인하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EU 내부 개발 생태계에는 비가격적 혜택(예: 배포 선택권 확대, 결제 수단 다양화, 협상력 제고)이 남을 수 있으나, 이는 소비자 가격 통계만으로 즉시 관찰되기 어렵다.
한편 애플은 DMA가 혁신가와 스타트업의 부담 증가 및 소비자 위험 노출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안·프라이버시 리스크, 사기성 결제, 소프트웨어 무결성 약화 등의 우려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EU는 DMA를 통해 경쟁 촉진과 잠금효과(lock-in) 완화를 노린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공익 목표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정책 효과의 평가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보안·혁신 속도 등 다면적 지표를 함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애플이 제시한 데이터는 단기 가격 관점에서 DMA의 소비자 편익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보여 주지만, 장기적으로 경쟁 압력과 유통·결제 다변화가 축적되면 다른 형태의 편익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규제 당국과 업계 모두가 가격 전가의 동학과 비가격적 결과를 균형 있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