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안경·M&A 전략 침묵…전략적 묘수인가 투자자 경고음인가

【주요 포인트】
• 애플이 인공지능(AI) 안경 로드맵과 인수·합병(M&A)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이러한 침묵이 투자자에게 불안 요소로 비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이 AI 분야의 ‘언더독’(후발주자) 지위를 오래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가총액 약 3조3,000억 달러(약 4,41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 애플이 결정적 기술 전선인 AI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AI 안경 개발설과 대규모 AI 기업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루머가 잇따르지만,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은 공식 언급을 최소화하는 ‘로 키(low-key)’ 전략을 고수 중이다.

아이디어와 의문을 상징하는 전구와 물음표 이미지

■ 쿠퍼티노의 ‘입단속’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아티프 말릭은 7월 31일(현지 시각) 열린 애플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팀 쿡 CEO에게 AI 안경 전략을 직접 물었다. 말릭은 메타 플랫폼스와 샤오미가 AI 안경 시장에서 탄력을 받는 점을 지적하며,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의 핵심 기술을 다른 기기로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쿡 CEO의 답변은 “우리는 Vision Pro와 관련해 매우 집중하고 있다. 로드맵을 공개하긴 이르다”라는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Vision Pro용 운영체제 ‘visionOS’ 최신 버전을 칭찬했을 뿐, 추가 기기 출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는 로드맵 가속화를 위해 M&A에 열려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공유할 내용은 없다.”
— 팀 쿡, 2025년 7월 31일 실적발표 콜

동일 콜에서 말릭 애널리스트는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 케반 파레크에게도 AI 관련 인수 가능성을 질문했다. 이번엔 쿡이 대신 답변에 나서 “올해만 7개 회사를 인수했으며, 모두 AI 기업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회사 규모에 얽매이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 발표할 내용은 없다”며 대형 딜 가능성을 부인도 확답도 하지 않았다.


■ 투자자들이 읽어야 할 ‘침묵의 의미’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빅테크에 비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WWDC 2025에서 공개된 ‘Apple Intelligence’의 생성형 AI 기능은 기대치에 못 미쳤고, 음성비서 시리(Siri)도 차세대 버전 출시가 지연돼 체면을 구겼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애플의 조용한 행보가 ‘위험 신호’라기보다 전통적인 제품·기술 보안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애플은 역사적으로 출시 직전까지 개발 정보를 함구했고, M&A도 대부분 발표 직전까지 비밀리에 추진해 왔다.

■ 침묵 전략의 득과 실
장점은 경쟁사 혼선을 유도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투자자 불확실성이 증폭돼 주가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 실제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는 AI 안경을 ‘궁극적 폼팩터’로 규정하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애플이 유사 발언을 내놓았다면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 생성형 AI란?
‘Generative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예컨대 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DALL·E) 등이 이에 속한다. 기존 ‘분류·예측’ 위주의 AI보다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어, 하드웨어와 결합할 경우 사용자 경험(UX)을 혁신할 잠재력이 크다.


■ 세 가지 AI 시나리오

① AI 안경 출시설 — 업계 관측에 따르면 애플은 레이밴·메타 AI 안경과 유사한 1세대 제품을 준비 중이며, 아이폰과 연동해 ‘워치-아이폰 콤비네이션’과 같은 생태계 시너지를 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아이폰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② 대형 AI 기업 인수 가능성 — 애플의 최대 딜은 2014년 3억 달러 규모의 ‘Beats’ 인수였다. 전문가들은 기업문화와 배당정책을 감안할 때, 시장가치 180억 달러로 평가받는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초대형 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③ ‘AI 언더독’ 탈출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경쟁력이 높은 애플이 장기적으로 AI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애플 실적의 상당 부분이 기술 혁신에 좌우되는 만큼, AI 영역 투자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 월가 시각과 투자 전략
시티그룹 외에도 다수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숨 고르기’를 단기 노이즈로 평가하면서, 향후 12개월 내 AI 관련 청사진이 구체화될 경우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최근 모틀리풀(Motley Fool) ‘스톡 어드바이저’ 팀은 ‘지금 사야 할 10대 종목’ 리스트에서 애플을 제외했다. 해당 서비스의 평균 수익률(1,060%)은 S&P500(182%)을 크게 웃돌고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넷플릭스·엔비디아 사례처럼, 조기 발굴 종목의 장기 복리효과가 막대하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이는 개별 종목별 리스크 관리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 결론
애플이 AI 안경과 AI 기업 인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전통적 보안 문화와 협상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① 애플 생태계와의 시너지, ② 재무 건전성, ③ 장기 기술 비전이며, 단기 ‘침묵’보다 중장기 실행력이 우선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다수 견해다.

※ 시티그룹은 모틀리풀머니의 광고 파트너이며, 모틀리풀과 그 소속 필진은 알파벳·애플·메타 플랫폼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본 보도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