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핵심 멀티모달 AI 연구원 또 메타로 이탈…AFM 인력 유출 가속

애플(Apple Inc.)이 인공지능(AI) 경쟁의 최전선에서 또 한 명의 핵심 인력을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Inc.)에 내줬다. 이번에 회사를 떠난 인물은 멀티모달 AI 분야에서 주목받아 온 연구원 보웬 장(Bowen Zhang)으로, 그는 애플의 파운데이션 모델 그룹(Apple Foundation Models·AFM)에서 근무해 왔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장 연구원은 메타가 최근 신설한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팀으로 합류했다. 이는 지난 몇 주간 계속돼 온 AFM 인력 유출 사태의 4번째 사례로, 애플 내부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AFM 팀장 루오밍 팡(Ruoming Pang)이 2억 달러(한화 약 2,666억 원)에 달하는 파격적 보상 패키지 제안을 받고 메타로 이적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뒤이어 톰 군터(Tom Gunter)마크 리(Mark Lee) 두 연구원이 차례로 회사를 떠났으며, 이번 보웬 장의 이탈로 총 4명이 메타 행 택배에 올라탄 셈이다.


AFM 그룹의 위상과 역할
AFM은 애플이 차세대 기기와 서비스에 적용할 코어 AI 플랫폼을 설계·개발하는 조직이다. 특히 멀티모달 AI—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처리하는 기술—를 집중 연구한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와 뉴욕 오피스에 걸쳐 수십 명 규모로 구성돼 있으며, 애플 내부에서도 실험적·전략적 중요도를 인정받아 왔다.

“AFM의 기술력은 아이폰·맥·비전 프로에 적용될 AI 기능의 뿌리”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그룹 내 연구자들은 글로벌 AI 경연의 ‘출발선’을 담당한다.

그러나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주도권 강화를 위해 인재 영입 경쟁을 가속화하면서, AFM 엔지니어들은 업계에서 ‘핫’한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 실제로 메타는 지난해부터 Llama 언어모델 고도화와 AI 화두 선점을 위해 비밀리에 슈퍼인텔리전스 팀을 꾸렸고,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보상 격차가 만든 인재 유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AFM 전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아직까지 경쟁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메타가 제시한 2억 달러 규모 패키지는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보상액으로,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파격적인 금액이다.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은 단일 언어 모델보다 고난도의 학습·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은 수십억~수조 개의 파라미터를 사전 학습해 다양한 다운스트림 작업에 재사용할 수 있는 ‘AI의 기초 골격’으로 불린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엔지니어 몸값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업계 파급효과 및 전망
현재 애플은 개별 기기 내 온디바이스(On-Device) AI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메타는 클라우드 기반 대형 모델을 사회·메신저 서비스에 접목시키며 플랫폼 확장형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보웬 장을 포함한 AFM 출신 연구원들은 메타의 면역체계에 편입돼, Llama나 새로운 생성형 모델 고도화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애플로서 퍼스트 파티 AI 경험 강화에 지연 변수가 될 수 있을뿐더러, 기업 가치 산정(EV/EBITDA 또는 P/E)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AI 사업 부문의 인재 경쟁력은 기술 기반 기업 주가 변동성에 직결되는 지표로 간주된다.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트(CB Insights)에 따르면, AI 인재를 스톡옵션·RSU(제한조건부 주식)로 묶어두는 ‘리텐션 보너스’는 2024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빅테크 간 보상 상향경쟁이 장기화될수록, 중소형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자금 부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문가 시각
실리콘밸리 헤드헌팅 업체 제로원캐피털(Zero One Capital)의 파트너 A 씨는 “애플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기기 판매 중심 수익 구조를 유지해 왔다. 반면 메타는 광고·소셜·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다변화하면서 AI 인력 확보에 더 과감한 지출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AI포럼 큐레이터 B 씨는 “애플이 현 상황을 방관할 경우, 향후 Siri 2.0이나 비전OS 같은 제품 로드맵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과제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본격적인 ‘명가(名家)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 말~2026년 초로 예상되는 차세대 칩셋 및 통합 AI 서비스 공개 시점 이전에, 내부 연구조직 재편과 경력·보상 체계를 전면 손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AI 연구와 제품화 간 ‘사일로(silo)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크로스-펑셔널(Cross-Functional) TF 구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경쟁사 대비 기술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조직 문화·보상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팀 역시 AGI(범용 인공지능) 목표를 향해 조직을 확대하며, 앞으로도 인재 영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재 확보=곧 데이터·연산력·알고리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결론
결국 애플이 멀티모달 AI 핵심 인력을 다시 붙잡지 못한다면, 온디바이스 AI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동시에 메타는 신규 연구진 합류로 슈퍼인텔리전스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며, AI 주도권 확대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싼 이른바 ‘두뇌 유출(brain drain)’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