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초슬림 ‘아이폰 에어’ 공개…8년 만의 대대적 디자인 변화

쿠퍼티노(캘리포니아) —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10일(현지시간) 자사 본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역대 가장 얇은 스마트폰 ‘아이폰 에어’를 공개하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연출했다. 이번 신형은 지난 8년간 ‘정체기’라는 평가를 받아온 아이폰 라인업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모델로 꼽힌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쿡 CEO는 “

For us, design goes beyond just how something looks or feels. Design is also how it works.

”라는 잡스의 어록을 인용하며 신제품의 철학을 강조했다. 애플이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제품은 총 4종으로, 아이폰 에어·아이폰 17·아이폰 17 프로·아이폰 17 프로 맥스다. 가격대별로 세분화된 라인업으로 예산과 취향이 다른 소비자를 모두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주목

초슬림 디자인·‘종일 배터리’ 공약
아이폰 에어의 두께는 5.6㎜로, 삼성전자 갤럭시 S25 엣지(5.8㎜)보다 0.2㎜ 얇다. 애플은 기기 내부 회로를 ‘우표 몇 장 크기’로 축소해 공간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종일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사용 시간은 출시 후 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검증될 예정이다.

A19 프로 칩·맞춤형 통신칩 탑재
아이폰 에어에는 A19 프로 칩이 처음으로 들어간다. 이는 인공지능(AI) 연산에 최적화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고성능·저전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두 가지 신규 맞춤형 통신칩이 장착돼 네트워크 연결성이 향상됐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 반도체

소비자·전문가 첫 반응
구독자 2,400만 명을 보유한 인도 출신 IT 유튜버 ‘Technical Guruji’ 가우라브 초드하리는 “제품 발표 순간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라며 티타늄 프레임과 ‘세라믹 실드’ 글라스가 내구성을 높였다는 점을 호평했다. 그는 사전 유출 정보를 접하고도 “직접 만져보니 기대 이상”이었다면서도, 배터리 지속 시간은 실제 사용 뒤에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에어’ DNA
17년 전 잡스는 사무용 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며 초슬림 디자인을 과시했다. 이번 아이폰 에어 역시 그 ‘에어’ 네이밍과 디자인 언어를 스마트폰에 계승해, 하드웨어 공학적 ‘묘기’라는 평을 얻고 있다. PP 포어사이트의 파올로 페스코레 애널리스트는 “획일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다시금 새로운 자극을 줬다”고 평가했다.

주목

단점으로 꼽히는 카메라·배터리 의문
아이폰 에어는 후면 카메라가 1개뿐이다. 기본형 아이폰 17(2개)과 프로 모델(3개) 대비 해상도·광학줌 기능 면에서 제한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 CEO 벤 바자린은 “애플의 칩 설계 역량은 탁월하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이 공언대로일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기능 ‘침묵’…경쟁사 대비 과제
이번 행사에서는 구글 ‘제미니(Gemini)’ 등 경쟁사와 맞설 자체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발표가 없었다. 이 때문에 AI 기능 공백이 중장기적으로 애플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매 전망·중국 시장 변수
시장조사업체 IDC는 홀리데이 쇼핑 시즌에 아이폰 에어가 업그레이드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더 얇고 저렴한 현지 브랜드 기기와 경쟁해야 한다. IDC 윌 웡 수석 애널리스트는 “배터리·카메라·오디오를 희생한 초슬림 전략은 중국 소비자가 중시하는 요소와 상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
아이폰 에어는 라인업 가운데 중간 가격대에 포지셔닝됐으며, 삼성 갤럭시 S25 엣지 출고가보다 100달러 낮게 책정됐다. IDC 나빌라 포팔 국장은 “아이폰 플러스가 애플 전체 출하량의 5~7%를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대체하는 아이폰 에어가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기자 시각 (Opinion)
아이폰 에어는 ‘얇음’이라는 물리적 혁신을 통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카메라 개수와 배터리 용량이라는 소비자 체감 지표를 희생한 점은 판매 지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언팩 행사에서 AI 소프트웨어 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구글·삼성이 ‘온디바이스 AI’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현 상황에서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iOS 업데이트나 별도 칩셋 발표로 AI 공백을 메운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경쟁력을 다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 해설
• 세라믹 실드: 나노 세라믹 결정이 포함된 강화유리로, 낙하 및 긁힘 내구성을 높여주는 애플 독자 소재.
• 티타늄 프레임: 항공·우주 등급의 티타늄 합금을 테두리에 적용해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