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블록버스터 ‘F1’로 대승 거뒀으나 인공지능은 ‘체크엔진’ 경고등

애플(Apple Inc.)이 6월 한 달 동안 두 개의 상반된 이벤트를 통해 화려한 성공과 뚜렷한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하나는 영화 부문에서의 대형 흥행작 ‘F1: The Movie’, 다른 하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Apple Intelligence’ 업데이트였다.

2025년 7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F1’은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5,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애플TV+ 사상 첫 ‘블록버스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에 반해 같은 달 개최된 WWDC에서 애플이 공개한 AI 전략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월스트리트 전반에 퍼지면서, 쿠퍼티노 본사에선 ‘체크엔진’ 경고등이 켜졌다는 비유까지 나왔다.

CNBC는 “박스오피스 성공이 서비스 사업에 대한 애플의 장기 비전을 보여준다면, AI 부문은 여전히 불안 요소”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F1’ 흥행은 애플이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를 출범할 당시부터 꾸준히 이어온 콘텐츠 투자 전략의 결실이다. 당시 애플TV+는 ‘할라(Hala)’ 등 소규모 영화만 보유했고, 흑자 전환은 요원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1. 블록버스터 ‘F1’이 의미하는 것

Tim Cook at F1

애플은 브래드 피트·루이스 해밀턴 등 스타 인력을 전면에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영화 홍보에 나섰다. 또한 아이폰 Wallet 앱을 통해 할인 쿠폰 알림까지 발송하며, 자사 생태계를 활용한 O2O(Online to Offline)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의 성공은 미래 투자를 촉진한다.” — 폴 더거러비디언(Comscore 수석 미디어 애널리스트)

영화는 서비스 부문 내 매출 비중으로 보면 미미하지만, 1 연예·문화계 유명 인사를 애플 로고 옆에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효과가 크다. 이는 서비스 사업 전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한다.

1) 애플은 하루 평균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단일 영화 흥행 수익은 전체 매출 대비 소수점 수준이다.


2. AI 부문 ‘체크엔진’ 경고

반면 WWDC에서 공개된 Apple Intelligence는 출시 지연과 제한적 기능으로 혹평을 받았다. 특히 음성비서 시리(Siri)의 근본적 혁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2024년 여름 ‘대폭 업그레이드된 시리’를 예고했으나, 실제 출시 일정은 2026년으로 늦춰졌다.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는 “‘Apple Intelligence’가 하드웨어 교체 수요를 촉발할 것이란 기대는 과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구글 제미니(Gemini), 오픈AI GPT, 앤트로픽 클로드(Claude) 등을 기기에 통합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애플이 ‘레이스’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란, 사용자의 텍스트·음성·이미지 요청을 이해·생성하는 차세대 알고리즘을 말한다. 시리 초기 버전이 2011년 음성명령 시장을 선점했지만, 오늘날 기준으로는 단순 Q&A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집중해 클라우드 기반 학습 데이터를 제한해 온 정책도 한계로 거론된다.


3. ‘시리 엔진 교체설’의 파장

블룸버그는 6월 30일 “애플이 시리의 핵심 대형언어모델(LLM)을 자사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 대신 오픈AI 또는 앤트로픽 엔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한다’는 이른바 ‘쿡 독트린(Cook Doctrine)’과 배치된다.

만약 외부 모델을 채택할 경우, 애플이 수십억 달러 규모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현재 구글이 연간 200억 달러를 애플에 지불하며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확보한 사례의 정반대 구조로, 업계 분위기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그들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으며, 내부 역량만으로는 생성형 AI를 가속화할 수 없다.” — 로라 마틴(니드햄 시니어 인터넷 애널리스트)

실리콘밸리에서는 AI 인재 영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오픈AI·앤트로픽·딥마인드 출신 등 11명의 전문가 채용을 자랑했고, 스케일AI 인수(143억 달러 규모)로 알렉산더 왕을 영입했다. 반면 애플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AI 스타 인재’ 영입 소식이 거의 없다.


4. WWDC와 서비스 사업 간 교훈

콘텐츠 부문에선 장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성공을 이끌어냈지만, AI 부문에선 뚜렷한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월가 투자자들은 ‘시리가 언제 완전히 재탄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이 2016년부터 강조해 온 서비스 사업은 결제, 클라우드(iCloud), 애플뮤직, 애플아케이드, 광고 등 다각화된 수익원으로 구성돼 있다. ‘F1’ 같은 영화는 이 중 극히 일부지만, 브랜드 파급력 덕분에 기업 가치 재평가를 이끌어내는 핵심 레버리지로 각광받는다.

한편, AI 격차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고가 하드웨어 프리미엄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객 충성도가 높아도 3년 내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Brad Pitt and Tim Cook


5. 용어·배경 설명

•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애플이 매년 6월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로, 운영체제·하드웨어·서비스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다.

•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존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텍스트·음성·코드·이미지 등을 생성하는 AI 기술. OpenAI ChatGPT, 구글 Gemini 등이 대표적이다.

• Box Office(박스오피스): 영화 흥행 수익을 의미하며, 개봉 첫 주말 성적은 상업적 성공의 핵심 지표로 통한다.

• Cook Doctrine: 팀 쿡 CEO가 2009년 강조한 ‘핵심 기술은 반드시 자체 보유한다’는 전략적 원칙.

이번 사안은 엔터테인먼트와 AI 기술이라는 상이한 두 영역에서 애플이 어떤 리스크 관리와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