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모뎀 이탈·관세 우려에 퀄컴 주가 5% 급락

[주식·반도체] 퀄컴(Qualcomm) 주가가 프리마켓에서 약 5% 하락했다. 최대 모뎀 고객사인 애플이 자사(自社) 칩으로 전환할 가능성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칩 의존 심화가, 긍정적인 분기 가이던스 효과를 상쇄한 결과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퀄컴 주가는 장 초반 152.5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약 4.9% 하락한 수준으로, 시가총액에서 단숨에 수십억 달러가 증발했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이 반도체 설계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애플이 2026회계연도의 아이폰 16e 출시 이후 자체 모뎀을 사용할 경우, 모뎀 매출에 중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경고했다. 퀄컴은 모뎀·RF 시스템이라는 핵심 사업부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최근 데이터센터·PC·자동차·XR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관세 리스크

시장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던진 인물은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최근 유세 연설에서 “곧 반도체 관세를 발표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및 반도체 칩은 중국산 전자제품 전반에 부과된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으나, 섹터별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가 핸드셋 매출의 한 자릿수 중반(%)가량을 깎아 먹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OEM)는 글로벌 5G·온디바이스 AI 마케팅에 스냅드래곤 플랫폼이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어, 의존도는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OEM이란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를 뜻하며, 완제품 브랜드 대신 부품·모듈을 조립·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Running Point Capital의 마이클 애슐리 슐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관세는 불가피하게 실적을 깎겠지만, 스냅드래곤 브랜드력이 중국 제조사들의 글로벌 5G 전략에 필수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비(非)애플 매출 15%↑…삼성·샤오미가 버팀목

퀄컴은 “올해 회계연도 들어 애플을 제외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칩 판매가 15%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주요 동력은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단말기 출시 확대다. TD Cowen은 리서치 노트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인업 내 안정적인 점유율과 샤오미와의 협력 연장이, 애플 발(發) 매출 공백을 메울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퀄컴은 증강현실(AR) 분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R 레퍼런스 디자인 19종을 지원 중이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메타(Meta)의 레이밴(Ray-Ban) 스마트글라스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실적 가이던스·밸류에이션

회사는 4분기(10~12월) 주당순이익(EPS)을 시장 기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씨티(Citi)는 “애플의 잠재적 이탈이 중장기 성장률에 계속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퀄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36배로, 엔비디아(34.91배)·인텔(47.14배)·AMD(35.33배)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시장이 퀄컴의 성장 모멘텀을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퀄컴 주가는 이미 애플 모뎀 사업 종료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관세·경쟁 심화 등 추가 변수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더 할인될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한다. 특히 애플의 자체 모뎀 성능이 초기에 미흡할 경우, ‘부분 의존’이 지속될 수도 있어, 실제 이탈 속도와 범위가 향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편, 스냅드래곤의 강점인 ‘모뎀+AI 통합 SoC’ 로드맵이 데이터센터·엣지 컴퓨팅·차량용 인포테인먼트로 얼마나 확장될지, 그리고 AR·VR 플랫폼에 대한 생태계 구축 속도도 주가 재평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애플-퀄컴 특허 계약 구조, 트럼프 관세 공약의 구체화 시점, 삼성·샤오미 프리미엄 모델 출시 사이클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구간이지만, 낮은 PER과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된 특허 포트폴리오는 하방 지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스냅드래곤(Snapdragon)은 퀄컴이 설계·판매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및 모뎀 제품군의 브랜드다. 5G 모뎀과 CPU·GPU·AI 엔진이 한 패키지에 통합돼 고성능·저전력 특성이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