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ied Materials—시간외 급락 배경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애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티커: AMAT) 주가가 14일(현지시간) 정규장 마감 이후 진행된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밑도는 4분기(회사 회계연도 기준) 실적 가이던스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탓이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애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이날 발표한 3분기(5~7월) 실적에서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차기 분기 전망이 크게 낮아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조정을 받았다.
3분기 실적 요약
• 조정 EPS는 $2.48로 LSEG(舊 리피니티브) 컨센서스 $2.36을 상회했다.
• 매출은 $73억으로 예상치 $72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회사는 4분기 조정 EPS를 $2.11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 $2.39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 전망도 $67억 달러로 발표돼, 월가 기대치 $73억4,000만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경영진 발언 및 매크로 환경
게리 딕커슨(Gary Dickerson)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매크로경제 및 정책 환경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가시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사업이 정책·경기 변수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내 설비 증설 일시 소화(디제스천)와 최첨단 고객사의 수요 비선형(non-linear) 패턴이 겹치며 4분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 브리앙 톜(Brian Togh) 최고재무책임자(CFO)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및 관세 정책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대만 등에서 제조된 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생산 설비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칩 제조 공정에 필요한 노광·식각 장비를 공급하며, 글로벌 파운드리(Foundry) 고객사의 생산 투자 사이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세부 재무 지표
• 순이익: 17억8,000만 달러(희석 주당 $2.22) → 전년 동기 17억1,000만 달러(주당 $2.05) 대비 증가.
• 반도체 시스템(장비) 부문 매출: 54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 컨센서스 초과 달성.
반도체 시스템 부문은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큰 캐시카우다. 하지만 중국 고객 비중이 높아, 향후 규제 리스크가 매출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미국 내 투자 확대 및 정치적 호재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애플이 발표한 ‘미국 반도체 생산 확대 프로그램’에 애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포함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애플은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 장비 생산을 늘리기 위해 회사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치적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주문 공백(booking gap)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용어 풀이
• 파운드리(Fab): 반도체 설계(팹리스)를 맡은 기업 대신 실제 칩을 생산하는 공장 또는 기업을 의미한다. 대만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이 대표적이다.
• 리딩에지 고객사(Leading-edge customers): 3나노 이하 등 최첨단(Advanced Node) 공정을 사용하는 파운드리·IDM 업체를 지칭한다. 이들의 투자 타이밍이 비선형(non-linear)으로 변동될 경우, 장비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장비 업체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국제 정치 리스크가 점점 실적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설비 증설 요구가 장기적으로는 장비업체의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해줄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과 대만 등 경쟁 장비 기업에도 유사한 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EUV 리소그래피, 첨단 에칭 공정 등 핵심 장비 공급망이 미국·네덜란드·일본 업체에 집중돼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 과정에서 국내후발주자가 수혜를 받을 여지도 있다.
종합하면, 이번 가이던스 하향은 글로벌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애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설비 증설 재개, 미국 내 인센티브 확정, 리딩에지 고객사의 양산 일정 가시화 등이 선결 과제다.
투자자들은 단기 실적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공급망 변화에 따른 매크로 리스크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