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 길가메시 파마 10억 달러 인수 협상 중…블룸버그 보도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 Inc.) 정신 건강 치료제 개발 전문 스타트업인 길가메시 파마슈티컬스(Gilgamesh Pharmaceuticals)를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협상은 진행 중이며 최종적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올해 5월, 양사는 정신·신경계 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해 제휴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계약에서 길가메시는 옵션 수수료와 단계별 마일스톤 지급을 통해 최대 19억 5,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길가메시는 정신질환 분야 초기 단계 후보물질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우울증·불안 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치료 가능성을 높이는 혁신적 작용 기전을 연구해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인수 협상이 성사된다면, 애브비는 자사의 정신과·신경과 파이프라인을 단숨에 강화하게 되는 셈이다.


애브비는 2023년 이후 적극적인 M&A(인수·합병) 행보를 이어 왔다. 이는 대표 품목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가 특허 만료에 따라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경쟁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브비는 특허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년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다양한 신흥 제약·바이오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길가메시 인수가 성사될 경우, 애브비가 정신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정신건강 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00억 달러 수준이지만, 2028년까지 연평균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증·불안 장애 환자 증가와 맞물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업계 용어 해설
옵션 수수료: 제약사가 특정 연구 성과에 대해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사에 지급하는 대가다.
마일스톤 지급: 임상 단계 진입·승인·매출 달성 등 주요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단계별로 지급되는 대규모 금액을 의미한다.
바이오시밀러: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해 개발·생산한 의약품으로, 합성의약품의 제네릭과 유사한 개념이다.

한편, 애브비 주식(뉴욕증권거래소: ABBV)은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거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변동성을 나타냈다. 반면, 비상장사인 길가메시의 기업가치는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큰 폭으로 상향 재평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브비가 정신건강 치료제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주력 품목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성이 큰 정신·신경과 영역에서 장기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현재 협상 세부 조건으로는 초기 현금 지급, 단계별 성과 기반 추가 지급, 핵심 인력 고용 승계, 임상시험 일정 조율 등이 거론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최종 계약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애브비와 길가메시는 공식 성명을 통해 “시장 추측에 대해서는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연구·임상 프로그램에 지장 없이 협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애브비는 신약 파이프라인 다변화와 동시에 혁신적인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후속 임상 결과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정신건강·중추신경계(CNS) 영역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있다.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등도 유망 스타트업이나 대학 연구소와 공동 연구조기 인수를 추진하며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향후 전망
거래가 마무리될 경우, 길가메시가 보유한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애브비 내부 R&D 조직과의 시너지로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길가메시는 기존 제휴 계약에 따라 연구 자금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임상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는 거래 성사 여부뿐 아니라, 향후 임상 결과·규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산업의 M&A 트렌드가 계속될지 여부는 이번 협상의 최종 결론에 따라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