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기기 대기업 애보트 래버러토리스(Abbott Laboratories)가 2분기 실적으로 시장 기대를 웃돌며 견조한 성장세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3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5%가량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됐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보트는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1.26을 기록해 LSEG(옛 리피니티브) 컨센서스였던 $1.25를 소폭 상회했다. 매출액 역시 111억4천만 달러로 예상치(110억7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된 동력은 지속혈당측정기(CGMS)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를 중심으로 한 당뇨 관리 사업부와 심혈관 사업부의 견조한 수요였다.
다만 회사는 3분기 EPS 가이던스를 $1.28~$1.32로 제시하며, 월가 평균 전망치 $1.34를 하회했다. BTIG 마리 티보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대형·초대형 의료기기주 중 최고의 주가 흐름을 보여 온 애보트가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거의 ‘완벽한’ 실적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1. 관세( Tariff ) 변수와 美 생산기지 확대 전략
애보트는 4월 실적 발표 때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과된 중국산 부품·완제품 관세가 3분기부터 본격 반영돼 연간 “수억 달러(a few hundred million dollars)”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도 관세 영향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 존슨앤드존슨은 전날(16일) 관세 비용 전망치를 약 2억 달러로 절반가량 낮춘 바 있다. 투자자들은 애보트 경영진이 어떤 관점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제조·공급망 재편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애보트는 이날 2028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새로운 심혈관 제품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일리노이·텍사스주에서 발표한 제조·R&D 프로젝트(연내 가동 예정)에 이은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의 연장선이다.
2. 지속혈당측정기(CGMS) 시장의 급성장
애보트의 CGM 매출은 2분기 $19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급증했다.
“당뇨 인식 개선, 보험 보장 범위 확대, 손가락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편의성이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 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은 24시간 연속으로 혈당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스마트폰·리더기 등으로 전송하는 웨어러블 센서다. 환자는 번거로운 ‘손끝 채혈’ 대신 센서를 14일가량 부착하면 되기 때문에 의료 기술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는 애보트 외에도 덱스콤(Dexcom)·메드트로닉(Medtronic) 등 주요 플레이어가 공존하지만,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시리즈는 가격 경쟁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무기로 점유율을 확장 중이다.
3. 투자자 시각과 향후 변수
JP모간의 로비 마커스 애널리스트는 “애보트의 이번 실적은 당뇨·심혈관 기기의 견고한 기저 성장세와 보수적 가이던스가 상충하며 균형을 이룬다”고 평했다. 실제로 매출·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넘었음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관세와 가이던스 불확실성이 아직 투자 심리의 걸림돌로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CGM·심혈관 디바이스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지는 한, 관세·외환 등 단기 비용 요인을 상쇄할 충분한 펀더멘털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 대선 국면에서 통상정책이 재차 변동할 가능성, 의료보험 수가 정책 변동 등은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론적으로, 애보트는 2분기 시장 기대를 능가하는 실적을 통해 ‘성장 스토리’의 유효성을 입증했으나, 보수적 전망과 대외 변수로 인해 단기 주가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향후 관세 영향 축소 방안, 새 공장 가동 계획, CGM·심혈관 신제품 출시 일정 등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