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Alphabet)이 7월 24일(현지시간) 장전 거래에서 주가가 약 3%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번 실적은 ‘AI 투자 증가가 비용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025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850억 달러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치보다 100억 달러를 상향했다. 경영진은 내년에도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집행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생성형 AI 경쟁 속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선점’이 기업가치의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알파벳은 올해 들어 자체 AI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업그레이드와 차세대 대형 언어모델(LLM) Gemini 고도화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클라우드 사업은 즉각적인 성과를 냈다.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는 지난 분기 성장률(~28%)보다 한층 가속된 수치다. 특히 Gemini 기반 AI 서비스와 자체 칩을 활용한 맞춤형 인스턴스가 기업 고객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동종 업계 리더인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아마존(AMZN)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두 기업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알파벳의 호실적은 ‘투자의 선순환’ 가능성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Google came back fighting this quarter.’
베른슈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 마크 슈물릭은 “투자자들은 구글이 AI 경쟁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길 원해 왔다”며 이번 실적이 그러한 요구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알파벳은 Transformer 모델(현대적 생성형 AI의 근간)을 2017년 처음 공개한 AI 선구자다. 그러나 지난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동맹이 ChatGPT 흥행에 성공하면서 ‘추격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금년 들어 알파벳은 ‘AI 모드’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기록했고, Gemini는 월간 사용자 4억 5,000만 명을 돌파하며 반전을 이뤄냈다.
광고 사업도 견조했다.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광고 매출은 10.4% 성장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이는 미·중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디지털 광고 지출이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한다.
실적 발표 직후 17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해 컨센서스는 종전보다 210달러로 올라섰다. 다만 연초 이후 알파벳 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마이크로소프트(20%)와 메타(21%)에 뒤처져 있다. 이는 미 연방정부 및 주(州) 정부가 제기한 검색·애드테크 독점 규제 소송 등이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밸류에이션도 상대적으로 낮다. 알파벳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8.88배로, 마이크로소프트 33.03배, 아마존 33.31배와 큰 격차를 보인다. 이는 규제 리스크와 AI 투자 회수 여부 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다.
‘On paper, it has all the right tools to lead in AI – cutting-edge models and massive distribution.’
Hargreaves Lansdown의 선임 애널리스트 맷 브리츠먼은 “AI 통합이 핵심 검색 매출을 잠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형성되고, 법적 리스크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단기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용어 해설*
• Transformer: 입력 데이터의 관계를 병렬적으로 파악해 문맥을 이해하는 딥러닝 모델로, ChatGPT·Gemini 등 대형 언어모델의 토대가 된다.
• 선행 PER: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현재 주가 비율로,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는 의미다.
전문가 시각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알파벳은 AI 투자 효율성 검증에 성공하며 ‘성장 스토리’를 되살렸다. 다만 규제 위험은 여전히 변수다. 미국·EU 규제 당국이 검색과 광고시장 독점을 문제 삼고 있어, 향후 과징금·사업구조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부문의 수익 창출 속도가 광고 매출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알파벳은 ▲공격적 CapEx ▲고성장 클라우드 ▲견조한 광고 이익이라는 ‘3대 축’을 유지하며 빅테크 리레이팅(재평가)을 주도할 잠재력이 크다.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밸류에이션 갭은 규제 리스크 해소 시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