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 형사 유죄 판결로 중남미 전직 국가원수 ‘유죄 명단’에 이름 올려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사법 방해 및 공무원 매수 혐의로 역사상 처음으로 콜롬비아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형사 유죄 판결을 받은 중남미 전직 국가원수 명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베 전 대통령의 유죄 선고는 안데스 지역에서는 초유의 사례지만, 라틴아메리카 전체로는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통해 유죄로 확정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음은 최근 수년 사이 유죄 판결을 받은 중남미 주요 전직 대통령들의 현황이다.


아르헨티나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2022년 공공사업 계약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72)은 종신 공직 금지 처분까지 확정됐다. 올해 6월 아르헨티나 대법원이 1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가장 영향력 있는 좌파 정치 지도자가 사실상 정치 무대에서 퇴출됐다. 그는 고령을 이유로 자택 연금 상태에서 형을 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정치적 박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브라질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재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라바 자투(Car Wash) 수사※1’로 580일간 복역했으나, 2021년 대법원이 주심판사 세르지오 모루의 편향성을 인정해 모든 유죄 판결을 무효로 했다. 룰라는 2003∼2010년에도 집권한 바 있으며, 지금까지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1 ‘라바 자투’는 자동차 세차장에서 시작된 돈세탁 수사를 의미하며, 브라질 현대 정치·경제권을 뒤흔든 거대 부패 스캔들의 대명사로 쓰인다.


브라질 –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군사독재 종식 후 첫 직선 대통령이던 콜로르는 임기 2년 만에 의회 탄핵과 8년간 공직 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이후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수십 년 뒤 페트로브라스 계열사에서 뇌물 수수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확정됐고, 현재 자택 연금 상태다.


에콰도르 – 라파엘 코레아

2007∼2017년 집권한 코레아 전 대통령은 2020년 ‘정당 자금 모금 명목 뇌물 네트워크’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벨기에로 망명해 부재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는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 마우리시오 푸네스

전쟁 특파원 출신 푸네스 전 대통령은 2016년 갱단과의 불법 거래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자 니카라과로 도피했다. 2023년 엘살바도르 법원은 그를 부재 중 상태에서 유죄로 판단했으며, 그는 올해 만성 질환으로 사망했다.


엘살바도르 – 안토니오 사카

사카 전 대통령은 2004∼2009년 재임 중 3억 달러 이상의 공적 자금 유용을 인정하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엘살바도르 라 에스페란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며, 엘살바도르 사상 최초전직 대통령의 부패 실형 사례가 됐다.


과테말라 – 오토 페레스 몰리나

페레스 몰리나 전 대통령과 로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은 관세 회피 뇌물 수수 스캔들로 중도 하야 후 곧바로 수감됐다. 그는 “단 하나의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직적 부패 혐의를 인정했다.


페루 – 알레한드로 톨레도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 경제학자 톨레도 전 대통령(78)은 2024년 10월, 건설사 오데브레치※2로부터 3,50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20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페루 – 오얀타 우말라

우말라 전 대통령은 2025년 4월, 오데브레치로부터 3백만 달러 이상의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아 자금세탁을 저지른 혐의로 15년형을 받았다. 같은 교도소에는 톨레도, 2022년 의회 해산 시도 이후 수감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2023년 풀려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도 수감된 바 있다.

※2 오데브레치는 브라질 대형 건설사로, 남미 전역에 걸쳐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핵심 기업이다.


파나마 –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뉴 비즈니스 사건’에서 공적 자금을 동원해 언론사 지분을 매입, 지배력을 확보한 혐의로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파나마 주재 니카라과 대사관에 피신했다가 콜롬비아에 망명해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해설

라틴아메리카에서 전직 대통령 유죄 판결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국가별 사법 독립성·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실형 집행 방식과 정치적 파급력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페트로브라스·오데브레치·라바 자투와 같은 대형 부패 스캔들은 다국적 기업과 권력층이 얽혀 있어 사법 정의정치 보복 논란이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사건별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나, 대선·정권 교체 시점과 절묘하게 맞물려 기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법화된 정치’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각국 유죄 판결의 공통점은 △국영기업·공공사업을 통한 자금세탁, △선거자금 조달 과정의 불투명성, △독립성이 취약한 사법제도 등이다. 라틴아메리카 재정·사회복지·에너지 정책이 국영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적 특성이 부패를 촉진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향후 전망

우리베 전 대통령 사례는 콜롬비아 사법부가 정치 실세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전반의 ‘전직 대통령 사법 처리’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제 위기·사회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적폐 청산’ 여론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이 실제 부패 척결보다는 정치적 도구화로 악용될 우려도 존재한다. 분석가들은 “사법 시스템 투명성 강화와 시민사회 감시 체계 확립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직 대통령 장기 수감이 반복돼도 구조적 부패는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