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Alibaba Group Holding, NYSE:BABA)가 중국 인터넷 경제의 ‘왕관 보석’으로 불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규제 리스크, 둔화된 중국 소비, 핀둬둬(Pinduoduo)·더우인(Douyin) 등 신흥 경쟁자의 공세 속에서 기업 가치는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서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전환이 동시에 진행 중이며, 이 변화가 향후 10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부문 강화를 통해 ‘제2의 성장 엔진’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반면, 핵심 수익원인 국내 전자상거래가 예전 같은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린다. 본 기사에서는 AI 클라우드 부문이 제시하는 ‘청신호’와, 전자상거래 부문이 드러내는 ‘적신호’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청신호: AI·클라우드가 재편하는 성장 스토리
알리바바는 더 이상 ‘단순 쇼핑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는다. 핵심 자회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를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변모시키려는 전략이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 ‘취엔(Qwen)’이 있다.
취엔3(Qwen3)는 여러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GPT-4, 구글의 제미니(Gemini)와 대등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을 완전 오픈소스(Open Source) 형태로 공개해 전 세계 개발자가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리바바 클라우드 생태계에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용어 해설
• 대형언어모델(LLM) –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언어 생성·이해 능력을 갖춘 AI 모델.
• 오픈소스 – 소스코드를 누구나 열람·수정·재배포할 수 있게 공개하는 방식. 개발 생태계 확장과 혁신 속도 제고가 장점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향후 3년간 500억 달러(약 66조 원) 이상을 인프라 확충과 AI 연구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간 클라우드·AI 누적 투자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만약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중국판 AWS’로 도약할 뿐 아니라 동남아·중동 등 미국 빅테크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 – AWS가 아마존의 이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처럼, AI·클라우드는 장기적으로 알리바바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워크로드 전환이 본격화되면 마진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적신호: 국내 전자상거래, 과거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까?
AI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현실적으로 알리바바 매출의 45%, 조정 EBITA의 113%가 타오바오·티몰(淘寶·天猫) 등 중국 내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한다. 2025회계연도(2024.4~2025.3) 기준으로 해당 부문 매출 성장률은 고작 3%에 머물렀다.
중국 경기 둔화, 소비심리 위축,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변수가 발목을 잡았고, 핀둬둬의 ‘초저가 전략’과 더우인의 숏폼(Short-form) 영상 커머스가 시장 주도권을 흔들었다. 알리바바는 AI를 접목한 맞춤형 추천 기능, 판매자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3월 분기에는 국내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지속성이 관건이다. 구조적 경쟁 압력, 소비행태 변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 시각 – 필자는 단기 실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알리바바가 AI 기반 개인화·동영상 커머스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중·장기 마켓쉐어 하락을 방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
알리바바는 분기점(crossroads)에 서 있다. AI·클라우드 확장, 해외 시장 진출이 장기적 업사이드(상승 여력)를 제공한다. 반면, 전자상거래 부문의 구조적 부담은 단기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단기 모멘텀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더 명확한 성장 스토리를 가진 종목을 찾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AI ‘플라이휠’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인내할 수 있고, 알리바바가 중국 경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고 믿는 투자자라면 저평가된 기회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알리바바는 여전히 관심 목록(radar)에 올려둘 가치가 있으며, 리스크·리워드 프로필을 명확히 이해한 뒤 포트폴리오 비중을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