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그룹(홍콩증권거래소: 9988)과 바이두(홍콩증권거래소: 9888)의 주가가 13일 장 초반부터 급등했다. 두 기업이 엔비디아(NASDAQ: NVDA)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을 실제 모델 학습에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촉매로 작용했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은 The Information의 단독 취재를 인용해 “알리바바는 올해 초부터 소규모 AI 모델 학습에 자체 설계 칩을 활용하고 있으며, 바이두는 차세대 Ernie(어니) 모델 학습을 위해 Kunlun P800 칩을 시험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환은 중국 인공지능 생태계가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며 현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커스텀 칩은 타오바오·Tmall에 적용되는 검색·추천 알고리즘, 바이두의 Kunlun P800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용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美 수출 규제, 탈(脫)엔비디아 전략 가속
미국 정부가 2023년 말부터 첨단 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 허가 기준을 한층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Plan B’ 마련에 속도를 내왔다. 실제로 중국 규제 당국은 최근 엔비디아 H20 구매를 원하는 기업에 “구체적 사용처를 입증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안보 관련 프로젝트에는 미국산 칩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백도어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중국 내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알리바바·바이두 주가 반응
장중 알리바바 주가는 전일 대비 7% 넘게, 바이두는 6% 이상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칩 내재화’가 원가 절감과 공급망 리스크 최소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發 AI 랠리 여진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도 AI 관련 기대감이 재점화됐다. 오라클(NYSE: ORCL)이 OpenAI를 포함한 AI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데다, 3,000억 달러 상당의 컴퓨팅 파워 제공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헷갈릴 수 있는 용어 풀이
GPU는 그래픽처리장치로, 대량의 행렬 연산에 강해 AI 학습에 최적화돼 있다. AI 칩은 특정 신경망 연산을 가속하기 위해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ASIC)나 고급 GPU를 통칭한다. LLM은 ‘대규모 언어 모델’로, 방대한 문서를 학습해 자연어를 이해·생성하는 AI 모델이다. Ernie는 바이두가 개발한 중국어 특화 LLM 브랜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① 칩 국산화 속도: 2024~2025년 사이 업계 표준인 엔비디아 H100·B200 대비 성능 격차를 30% 내로 좁히는지가 관건이다.
② 생태계 구축: 칩-프레임워크-모델-애플리케이션이 수직 통합되면 비용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③ 규제 변수: 미·중 기술 갈등 심화 시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알리바바의 타오유안(淘原) 프로젝트와 바이두의 Kunlun 2 상용화 로드맵에 주목하고 있다. 자체 칩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중국 빅테크 전반에 ‘칩 내재화’ 도미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지형이 ‘엔비디아 독주’ 구도에서 다극화로 전환될 여지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기술 성능·생태계·규제의 삼박자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 성과를 과도하게 낙관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자체 칩의 전력 효율과 소프트웨어 지원 범위가 실제 AI 서비스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척도”라며, 내년 상반기 대형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주가 방향성을 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