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CDC 수장, 美 보건협정의 데이터·병원체 공유 조항에 심각한 우려 표명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 총괄 책임자가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체결을 추진 중인 보건협정의 핵심 조항에 대해 데이터 주권과 병원체 공유를 둘러싼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2026년 2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CDC의 사무총장인 장 카세야(Jean Kaseya)는 화상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와 병원체 공유에 관해 엄청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There are huge concerns regarding data, regarding pathogen sharing,” 장 카세야 아프리카 CDC 사무총장이 말했다.

카세야 총장은 미국의 글로벌 보건 자금 운용 방식을 재편하는 일련의 양자협정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해당 협정들이 향후 미국의 보건 자금 집행 방식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데이터·병원체 관리에 미칠 영향을 주목했다.


이번 사안의 구체적 사례로, 짐바브웨는 향후 5년간 3억 6,700만 달러($367 million) 규모의 미국과의 협정 체결 논의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는 민감한 데이터 처리 문제와 협정 내용의 불평등성을 문제 삼았다. 잠비아 정부도 협정 일부 조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했다고 보도되었다.

보건 관련 옹호단체들은 특히 병원체 공유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조항은 감염병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병원체에 대해 각국이 신속히 워싱턴에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그 데이터 공유의 결과로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이 해당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 우선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의 글로벌 보건 자금 재편 배경

이 협정들은 작년 미 행정부가 자국의 원조 기관을 해체하고 전 세계적 자금 및 계약을 축소한 뒤 제시한 새로운 전략의 연속선상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보건 전략에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원칙을 강조하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집행 방식을 재편했다.

카세야 총장은 초기에는 이 전략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금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고, 동시에 각국이 공동 투자(co-invest)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책임성을 높이는 긍정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 CDC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존중해 협정의 옵서버(observer) 자리를 수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CDC는 요청이 있는 국가들에 대해 지원을 제공해 왔으며, 앞으로도 미국과 체결된 협정을 재협상하려는 국가들이 원할 경우 자문을 제공하고, 체결한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회원국에게 아프리카 CDC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재협상을 원하든, 아프리카 CDC의 참여를 원하든 우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병원체 공유와 데이터 주권

병원체 공유(pathogen sharing)는 국가가 자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세균 등 병원체의 유전정보·표본·임상자료를 국제 파트너와 빠르게 공유하는 관행을 말한다. 이는 전염병의 조기 탐지·감시와 백신·치료제 개발에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유는 동시에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은 국가가 자국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개념으로, 민감한 유전자 정보·환자 데이터·국가 안보 관련 정보의 외부 이전에 대해 우려가 크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국에서 제공한 샘플과 데이터로 개발된 의약품이나 백신이 정작 해당 국가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사례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이번 논란은 이러한 역사적 불균형과 신뢰 문제를 재부각시켰다.


정책적·경제적 영향 분석

첫째, 신뢰의 저하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보건 협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데이터와 샘플 제공이 축소되면 조기 경보 능력과 감시 체계가 약화되어 전염병 확산 대응의 지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중보건 비용의 증가와 보건 위기 시 경제적 충격을 확대시킬 수 있다.

둘째, 의약품·백신 접근성 문제는 보건 안보와 경제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백신·치료제가 원산지 국가에 우선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면, 해당 국가들의 보건 시스템은 취약 상태가 장기화되고 노동력 손실 및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계약 구조의 재편은 다국적 제약사, 연구기관, 국가 보건 시스템 간의 권력 관계를 재정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양자협정 중심 접근 방식은 전통적 다자협력체계(예: WHO 주도 협력)와의 긴장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분절화를 촉진할 수 있다.

넷째, 금융 흐름의 변화는 아프리카 내 보건 관련 투자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미국 자금이 보다 직접적으로 각국으로 이전되더라도, 자금 사용에 부과되는 조건들이 강화되면 자국 보건 우선순위와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외국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 역으로 자금의 목적성이 제약되는 상황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


결론 및 전망

아프리카 CDC의 공개적 우려 표명은 단순한 협정 문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데이터 주권, 공정한 이익 배분, 보건 거버넌스의 투명성 등 근본적 쟁점을 드러내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중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조항의 수정·보완을 요구할 경우, 미국 측도 실무적·정책적 조정을 통해 협상 전략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향후 관건은 병원체·데이터 공유의 투명성 확보와 그에 대한 보상·접근성 보장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제사회는 과학적 협력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주권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