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는 화요일 또다시 하락 일색을 보였고, 이러한 침체된 분위기는 유럽장 개장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주 후반 예정된 미국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포지션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2025년 11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장 심리는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다. 특히 엔비디아가 기대를 뛰어넘는, 이른바 압도적 실적을 제시해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결과가 기대에 미달할 경우 리스크 자산 전반의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칩을 제공하는 반도체 대형주 엔비디아는 관련 테마주의 벨웨더(선행지표격 종목)로 기능해 왔다. 엔비디아의 호조는 개별 기술주뿐 아니라, AI 활용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확장 수혜 종목들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동력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섹터 전반에는 거품(버블) 형성에 대한 경계가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1990년대 닷컴 호황과 붕괴를 연상시키는 비교가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가격 변동성 확대가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안을 자극한 신호로는, 한 규제 공시에서 테크 억만장자 피터 틸이 이끄는 헤지펀드가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도한 사실이 확인된 점이 꼽힌다. 이는 AI 대표주에 대한 일부 자금의 차익 실현 내지 리스크 축소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불과 지난주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이 10월 보유하던 엔비디아 주식 3,210만 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 자금을 손 마사요시 CEO의 대규모 AI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정국 및 정책 동향이 초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늦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회동할 예정이다. 통화·재정 정책의 조합과 환율 대응 방향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엔/달러 환율이 수개월래 저점으로 밀리며 달러당 155엔을 상회하자, 일본 당국의 환시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개입을 촉발했던 수준에 근접한 구간으로, 시장은 당국의 신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재무장관 가타야마 사츠키는 화요일, 외환시장의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당국의 구두개입(말을 통한 시장 안정 의지 표명)은 통상 단기 안정 효과를 노리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고개를 든다.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규모 재정·통화 부양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한 점이 있다. 완화 기조 선호로 해석되는 인사 구성이 엔화 약세 압력을 되레 강화하며, 당국 발언의 시장 파급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니케이는 토요일 보도에서 일본 정부가 다카이치 내각의 첫 경기부양 패키지로 약 17조 엔(미화 1,100억 달러) 지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재정 확대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국채 수급과 장기 금리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
이 여파로 초장기 일본국채(JGB)는 이번 주 큰 폭의 매도 압력을 받았다. 특히 20년물 JGB 금리는 화요일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일본의 재정확대 우려와 물가·금리 구조 변화를 반영했다.
화요일(현지시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일정은 아래와 같다.
– 미 연준(Fed) 바(이어리 바), 바킨, 로건 연설
– 미국 8월 공장주문 지표 발표
용어 해설과 맥락
벨웨더(bellwether): 시장이나 섹터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선행지표격 종목을 뜻한다. 본문에서는 엔비디아가 AI 테마 전반의 성과를 가늠하는 대표주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구두개입(jawboning): 실제 정책 조치 없이,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시장 기대와 심리를 조정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환시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신뢰도와 정책 일관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초장기 JGB: 만기가 20년 이상인 일본국채를 의미한다. 장기물 금리 상승은 재정 건전성 우려 혹은 물가·성장 전망 변화가 반영될 때 나타나며, 금융기관·보험사의 포트폴리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닷컴 버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관련주에 과도한 기대가 몰리며 자산가격이 급등했다가 2000년대 초 급락한 사건을 말한다. 현재의 AI 테마가 유사한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경계감의 역사적 준거다.
통화개입: 정부·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자국통화 매수·매도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행위다. 일본의 경우 엔화 급락 국면에서 달러 매도·엔화 매수를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선 전례가 있다.
시장 해설과 전망
엔비디아 실적은 단기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촉발 요인이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가이던스와 매출/이익이 제시될 경우, 기술주 및 인프라 연관 종목의 리스크온 랠리가 재개될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미달하거나 공급·수요 관련 우려가 부각되면, AI 버블 논란이 심화하며 차익 실현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소지가 있다.
일본의 경우, 정책 혼합(부양적 재정+완화적 통화)에 대한 신뢰도와 지속가능성 평가가 엔화와 JGB에 결정적이다. 환율이 달러/엔 155를 상회하는 구간에서는 개입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커질 수 있으며,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동시에 20년물 이상 장기 금리가 추가 상방을 시험하면, 일본 내 기관투자가의 듀레이션 관리와 글로벌 채권의 상호연계 변동성에도 주의를 요한다.
유럽 개장 전의 리스크 프레이밍은 “실적 확인 전 경계 강화”로 요약된다. 여기에 미 연준 인사(바, 바킨, 로건)의 발언은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를 미세 조정할 수 있고, 미국 8월 공장주문은 제조업 모멘텀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종합하면, 거시 이벤트(미 지표·연준 발언)와 기업 이벤트(엔비디아 실적)의 결합이 단기 방향성의 열쇠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