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세수 풍년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가속
더블린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사회간접자본(인프라) 지출을 23% 늘려 1,120억 유로(약 1,310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확대 재원은 다국적기업에서 거둬들인 법인세 ‘보너스 세수(windfall)’와 애플로부터 징수한 140억 유로 규모의 ‘미납 세금(back-tax)’ 등이 주요 출처다.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 유치 전략으로 세수는 급증했지만, 그동안 전력·수자원·주택 공급 등 필수 인프라의 만성적 투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인프라가 경쟁국 대비 약 32%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부 계획의 세부 내용
미홀 마틴(Micheál Martin)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핵심 분야에 대한 공공투자를 즉각적이고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2026~2030년에 913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수정안에서는 2026년 국내총소득(GNI*)의 5.35% 수준이던 자본지출 비중을 2030년 6.65%까지 끌어올린다. 이후 2035년까지도 연 200억 유로, GNI* 대비 6.65%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에너지 인프라 다각화, 대중교통 확충, 도로망 개선, 그리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수자원 서비스 ‘결정적 투자’를 최우선 추진 분야로 지정했다.
세수·재정 관리 전략
아일랜드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법인세 흑자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과 경상 지출 확대에 집중해 인프라 확충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2026년 예산부터 이러한 흐름을 조정해 감세·경상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고 자본투자를 우선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마틴 총리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자본예산을 최대한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 등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주택 공급·수자원 문제
아일랜드 국영 수도 공기업은 현재 투자 규모로는 정부의 주택 신축 목표를 충족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정부 역시 이미 주택 공급 목표를 하회하고 있어 수자원 인프라 투자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확대로 주택용 수도·하수 처리 시설 구축에 대한 재원이 확보되면, 주거난 완화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위기 이후 15년 만의 전환점
이번 결정은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지출이 사실상 ‘올스톱’된 이후, 아일랜드가 본격적인 인프라 재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시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으로 투자가 급감해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보도 시점 기준 1달러당 0.8550유로로 환산됐다.
용어·배경 설명
Windfall Tax(초과 세수)란 예기치 못한 경기 호조나 일회성 요인으로 거둬들인 세수를 뜻한다. 아일랜드의 경우 글로벌 기술·제약기업 본사의 매출·이익 급증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Back-Tax(미납 세금)은 과거에 납부하지 않았거나 과소 납부한 세금을 뒤늦게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유럽연합(EU) 조세 규정에 따라 2016년부터 총 140억 유로를 아일랜드 정부에 납부하게 됐다.
이처럼 세수 구조가 다국적기업 집중형이라는 점은 장점이자 위험 요소다. 글로벌 경기 변동과 OECD 최저 법인세 합의가 현실화하면 세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일회성 세수를 장기 투자로 전환하려는 이번 전략은 재정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문가 통찰
필자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재정 확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첫째, GNI* 대비 6%대 중반이라는 자본지출 비중은 EU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아일랜드가 ‘낮은 세율·낮은 인프라’ 모델에서 ‘첨단 산업 허브’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에너지·수자원·주택 분야 투자는 탄소중립·사회적 포용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에도 부합한다. 이는 다국적기업 유치 경쟁에서 이미지 개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일회성 세수에 의존해 재정을 확대하는 모델은 세수 변동성에 취약하다. 정부가 향후 경기 둔화 시점에도 자본예산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중장기적인 재원 다각화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 우려가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