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시장 동향] 24일(현지 시각) 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이 1.5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뉴욕 ICE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253달러(+3.10%) 상승한 반면, 런던 ICE 9월물 코코아(CAU25) 역시 80파운드(+1.50%) 올랐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아이보리코스트의 코코아 수출 속도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것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현지 농가가 항구로 선적한 코코아 원두는 17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 폭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이러한 감소세는 세계 최대 원두 공급국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출하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직결된다.
같은 날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1.5주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런던 시장의 코코아 가격 상승폭은 다소 제한됐다.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 파운드화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의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급 구조 및 투기적 포지션
한편, 거래 펀드(Commodity Fund)의 과도한 공매도 포지션도 단기적 숏커버링(매수 청산) 랠리를 자극하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 유럽(ICE Futures Europe)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자산운용사들의 순매도 포지션은 전주 대비 1,010계약 늘어난 6,361계약으로, 2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뉴욕 코코아는 8개월래 최저치, 런던 코코아는 17개월래 최저치로 급락했었다. 배경에는 ‘그라인딩(grinding)’* 지표를 통한 수요 약세가 있다. 유럽코코아협회(European Cocoa Association)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량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를 웃도는 부진이다.
아시아와 북미도 예외가 아니다. 코코아협회(Cocoa Association of Asia)는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량이 176,644t로 16.3% 급감해 최근 8년 새 가장 낮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 지역은 101,865t으로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지만, 세계적으로는 수요 위축 추세가 확인됐다.
“코코아 가격 급등이 초콜릿 업체의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매출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Lindt & Sprüngli AG는 상반기 초콜릿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최대 B2B 초콜릿 공급업체 Barry Callebaut AG 역시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 전망을 낮췄다. 같은 기간 9.5%의 판매량 감소는 10년 만에 최대 폭이다.
기타 공급 변수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ICE 인가 재고는 7월 22일 기준 236만8,141포대(10.5개월 만의 최대치)로 늘어 추가적인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세계 2위 생산국 가나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8.3%)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공급 확장 기대를 키운다.
다만, 아이보리코스트의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저하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남아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에 달하는 불량두를 이유로 전량 반품 사례까지 보고하고 있다. 이는 통상 1%에 불과했던 불량률이 수배로 늘어난 것이다.
농업 금융사 Rabobank는 “이번 품질 악화는 늦은 우기 도래로 생육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드 크롭 수확은 4월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지는데, 올해 예상 생산량은 전년 대비 9% 줄어든 40만t으로 관측된다.
국제기구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에서 2023/24시즌 공급 부족 전망치를 494,000t으로 상향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다. 동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t으로 추정되며, 재고대비 그라인딩 비율은 46년 만의 최저치(27.0%)로 떨어졌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는 142,000t의 잉여 공급이 발생해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가능성을 점쳤다. 이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은 7.8% 증가한 4,840만t으로 늘어난다.
전문가 해설: 그라인딩·ICE·미드 크롭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로 가공하는 단계로, 실수요(제과·음료)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미드 크롭(mid-crop)은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 산지에서 진행되는 4~9월의 소규모 수확기를 의미한다. 주 수확기(main crop)가 10~3월인 것과 대비된다. 미드 크롭 생산량은 전체 연간 공급량의 20~30% 수준이지만, 품질 변동성이 크다.
시장 전망 및 기자 의견
현재 코코아 시장은 공급 측 충격과 수요 측 둔화가 혼재한 복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재고 누적과 그라인딩 감소는 중장기적인 가격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기상 변수, 미드 크롭 품질 이슈, 그리고 투기적 공매도 청산 움직임이 단·중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ICE 선물가격이 기술적 지지선을 회복한 상황에서, 펀드들의 대규모 숏 포지션은 추가 급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반면 초콜릿 제조사의 매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실수요 회복 없이는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결국 날씨·통화·투기 심리가 맞물릴 8~9월이 코코아 가격 향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