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벡스, 구조조정 일환으로 펩코 지분 15억 달러 규모 일괄 매각

아이벡스 인베스트먼트 홀딩스(Ibex Investment Holdings Ltd.)가 아프리카 최대 의류 소매업체인 펩코 홀딩스(Pepkor Holdings Ltd.) 지분을 전량 처분하며 대규모 현금화에 나섰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벡스는 총 1,045,000,000주를 매각해 266억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미화 약 15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펩코 직전 종가 대비 약 6%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블록딜(block deal)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거래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roup Inc.)1,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2, 인베스텍(Investec Plc)3 세 곳이 공동 주관사(book-runner)로 참여해 성사됐다. 대형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동시에 딜을 소화함으로써 유동성 위험을 최소화하고 매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인호프 사태 이후 이어지는 대대적 재편

아이벡스는 과거 스테인호프 인터내셔널(Steinhoff International)이라는 사명이 더 익숙하다. 2017년 말, 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서명을 거부하면서 대규모 회계 스캔들이 폭로됐고, 그 여파로 회사는 유동성 위기와 공신력 붕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후 채권단·주주 간 협상과 사명 변경을 거쳐 오늘날 아이벡스로 재탄생했으나, 여전히 막대한 부채와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restructuring)의 핵심 목표는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축소와 이익 실현”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은 기업이 재무·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쇄신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통상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조직 개편, 신규 투자 유치 등이 병행되는데, 이번 펩코 지분 매각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펩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보츠와나 등 10여 개국에 5,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의류·가정용품·휴대전화 에어타임까지 다양한 생활 필수 제품을 초저가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아이벡스가 보유해 온 최대 투자 자산 중 하나였지만, 스테인호프 사태 이후 채권단 협약에 따라 서서히 매각 시기가 예고돼 왔다.

블록딜 방식은 장내 거래가 아닌 기관투자자 간 대량 일괄 매매를 의미한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절차를 생략해 시간을 단축하고,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직접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 펩코 주식은 한 번에 안전판을 거쳐 넘어갔다.

거래가 약 6% 할인된 점은 단기적 주가 하락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대신 아이벡스는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며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부채상환 및 추가 구조조정 자금 마련이 핵심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장 관측통들은 “아이벡스가 펩코 이후에도 비핵심(non-core) 자산 추가 처분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든 전략적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스테인호프 회계 스캔들 자체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흔치 않은 대형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70억 유로 규모의 장부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영진이 잇달아 사임했고, 주가는 하루 만에 60% 폭락했다. 이러한 경험은 남아공 기업지배구조 및 회계 투명성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이벡스는 펩코 매각 대금으로 우선순위 채무(priority debt) 상환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합의서(term sheet)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 자금이 확보될 경우 조기 상환(early redemption) 조항이 발동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향후 과제는 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활용 계획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업계에서는 “아이벡스가 부동산·가구·특수소매 자회사 지분도 순차적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다음 행보에 따라 신용등급 및 차입 비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번 딜을 담당한 골드만삭스·JP모건·인베스텍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높았으며, 가격·규모·속도 측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매각 조건 및 상세 참여 기관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다.

1 골드만삭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금융서비스 기업.
2 JP모건체이스: 미국 최대 자산 규모를 가진 글로벌 금융그룹.
3 인베스텍: 영국·남아공 이중 상장된 자산운용·투자은행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