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소폭 상승…휴전 협상 기대에 유가 하락

SYDNEY—아시아 주식시장이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소폭 오르며 출발했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관련해 먼저 휴전이 아닌 포괄적 평화 협상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유럽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향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 제안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가장 주목받는 경제 이벤트는 8월 21~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1982년부터 매년 열리는 글로벌 통화정책 콘퍼런스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학자들이 모여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씨티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파월 의장은 고용·물가 목표 간 위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신호를 통해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되돌릴 준비가 됐음을 암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명확히 시사하기보다는 8월 고용·물가지표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17일 FOMC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약 85%로 반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추가 완화 가능성도 가격에 반영돼 있다.


아시아·유럽 증시 동향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0.5%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지난주 4년 만의 고점을 찍은 뒤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유럽 장외지수인 EUROSTOXX 50 선물은 0.3% 올랐고, 영국 FTSE 및 독일 DAX 선물도 각각 0.2%씩 상승했다.

미국 시간 외 거래에서 S&P 500 선물나스닥 100 선물은 각각 0.1%, 0.2% 오르며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했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 58%의 기업이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이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메가캡 기술주 성적도 견조하다. ‘매그니피센트 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엔비디아)’의 EPS는 2분기에 26% 늘며 컨센서스를 12% 웃돌았다. 이번 주에는 홈디포, 타깃, 로우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주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미국 소비지출의 건전성을 가늠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채권·외환시장

단기국채 수익률은 연준 완화 기대에 눌려 있는 반면, 장기물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와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한 긴장감으로 상승 압력을 받으며 202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수익률 곡선 기울기를 형성했다. 유럽에서도 방위비 지출 확대를 위한 차입 증가 전망이 독일 10년물 금리를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달러지수(DXY)는 지난주 0.4% 하락해 97.851에 머물렀다. 달러/엔 환율은 147.33엔으로 소폭 강세를, 유로/달러는 1.1704달러로 강보합을 보였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21일 금리를 3.0%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뉴질랜드 달러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원자재·에너지

금 가격은 지난주 1.9% 하락 후 온스당 3,328달러선에서 횡보 중이다. ※달러 강세가 금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재 강화를 유보한 데 따라 공급 차질 위험이 완화되면서 유가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18일 브렌트유 10월물은 0.4% 내린 배럴당 65.6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0.2% 하락한 62.67달러에 거래됐다.


용어 설명 및 전망

중립금리(Neutral Rate)란 경기과열도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 복원을 시사할 경우, 시장은 통화정책이 완화 국면에서 점진적으로 정상화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된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애초 농업경제 토론회로 출발했으나, 2000년대 들어 세계 중앙은행장들이 비공식적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과거 벤 버냉키 전 의장은 2010년 이 자리에서 2차 양적완화(QE2)를 암시했고,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2014년 ‘whatever it takes’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연준이 ‘높은 금리의 장기화’ 대신 ‘점진적 인하’로 노선을 전환할 신호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8월 고용보고서 및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위험관리 전략이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