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고받은 관세 부과 소식이 ‘반쪽짜리 파티’로 끝난 뒤 조심스럽게 조각난 파편을 주워 담는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집이 절반만 불탔다고 안도하는 격”이라는 냉소적 평가를 내놓는다. 조리실과 욕실만 남은 셈이니, 그래도 다행이라는 의미다.
2025년 7월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 주식 선물은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유로화는 1.1600달러 아래에서 안정됐다. 달러 대비 유로 롱(매수)·달러 숏(매도)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였다는 진단이 최근 급격한 유로 약세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달러 재매도’ 움직임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오는 금요일부터 ※미국 소비자 기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최소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예고된 세금 폭탄은 국내 소비와 기업 이익률을 압박하고, 해외 수출기업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손실을 안길 전망이다. 이러한 정책을 경제학에서는 ‘Beggar Thy Neighbour Policy’—‘이웃을 궁핍하게 하라’는 근린궁핍화 전략—라고 부른다. 즉, 한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는 보호무역 조치를 뜻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이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경계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휴전에 50일 시한을 제시했다가, 불과 며칠 뒤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12일”로 말을 바꾼 사례가 있다.
즉석 발언 하나로 마감 시한이 뒤바뀔 수 있다면, 어떤 무역 합의도 언제든 수정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관세·무역 이슈가 글로벌 뉴스 사이클을 지배한다는 점을 체감한 이후,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중 협상은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속개되며, 시장은 협상 시한이 ‘90일 추가 연장’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같은 일정은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해 ‘사상 최대의 거래’를 자찬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월가, ‘실적 낙관’에 눈감은 고평가
월가(Wall St)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실적발표를 앞두고 낙관론을 유지한다. 30일에는 메타플랫폼스(나스닥: META)와 마이크로소프트(나스닥: MSFT), 31일에는 애플(나스닥: AAPL)과 아마존(나스닥: AMZN)이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같은 날 유럽 주요 기업들도 대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늘의 핵심 이벤트
29일 화요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5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 6월 무역수지,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등 중요 지표가 발표된다. 또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일간의 회의가 개막하면서, 연준(Fed)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 관세 충격의 파급
관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지지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전가와 수요 위축이 겹쳐 실적 둔화→주가 조정의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 달러화 방향성
“유로 숏스퀴즈가 일단락되면, 미국 지표가 둔화되는 순간 다시 달러 매도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트럼프 변수
트럼프의 즉흥적 ‘딜 메이킹’은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용어 설명
• 소프트 데드라인(Soft Deadline): 법적·계약적 효력이 없는 임시 마감 시한. 정치적·협상 목적의 심리적 압박용으로 자주 활용된다.
•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매월 발표하는 심리지표로, 소비자의 향후 소비 계획과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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