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국 컨테이너 해상운임, 관세 혼란 속 추가 하락 전망

싱가포르발 로이터 특약아시아발 미국행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2025년에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해운 업계 전문가는 선박 공급 과잉과 관세·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항로 재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운임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운 분석업체 제네타(Xeneta)는 지난 6월 1일 이후 아시아발 미 서안·동안 평균 스팟 운임이 각각 58%, 46%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무역 불확실성도 운임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90일간의 관세 휴전 연장 여부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중국-미국 항로는 여전히 컨테이너 선사들이 가장 높은 수익을 얻는 시장이지만, 관세 리스크가 실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 운임 급락의 배경: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제네타 데이터에 따르면 5월 말~6월 초 일시적으로 운임이 반등했으나, 그 이후 선복(선박 적재공간)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하락세가 재개됐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 상당한 과잉 공급이 존재하며, 이는 당분간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1라고 에릭 데베탁 제네타 최고기술·데이터책임자는 지적했다.

그는 “중국발 미국행 화물은 둔화됐고, 유럽연합(EU) 경제 또한 냉각돼 있다“며 “이에 따라 블랭크 세일링(blanked sailing)과 항차 취소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랭크 세일링이란 선사가 특정 항차를 통째로 취소하거나 일부 기항지를 건너뛰는 조치로, 공급을 인위적으로 축소해 운임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2. 실제 현장 목소리

DHL 글로벌 포워딩 아시아·태평양 CEO 니키 프랭크는 “여름 초 아시아→북미 항로의 스팟 운임이 상승했으나, 선사들이 조기에 증편에 나서면서 공급과잉이 빠르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멘텀이 사라지자 운임은 즉각 반전됐다“고 덧붙였다.

해운 소프트웨어 업체 베손 노티컬(Veson Nautical)의 해양 분석가 잘 밀포드 역시 “하반기 추가 신조선 인도가 예정돼 있어 운임은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관세 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악재가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3대 해운사(가와사키기센카이샤·미쓰이OSK라인·닛폰유센)가 합작한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도 “최근 무역 불확실성이 회계연도 후반부 가시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최근 투자자 서한에서 밝혔다.


3. 항로 우회가 하락폭을 제한

그럼에도 일부 운임 방어 요인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 우회(rerouting)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많은 선박이 홍해(레드시) 항로 대신 희망봉을 돌아가는 장거리 코스를 택하고 있으며, 일부는 미국 항만을 우회해 관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제프리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우회 항로가 전체 컨테이너선 공급의 10% 이상을 흡수하고 있으며, 덕분에 전 세계 선복 가동률이 86~87%의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운임이 단기간 바닥을 찍고 급락하는 것을 막는 ‘완충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중국의 미국향 수출은 줄어들었지만, 유럽·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시장으로의 물동량이 증가해 지역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제프리스는 “최근 몇 주간 미주향 스팟 예약은 7월 물동량 감소를 시사한다”면서도 “유럽·라틴아메리카향 운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4. 용어 해설 및 시장 전망

스팟 운임(Spot Rate)은 계약 없이 즉시 적용되는 단기 운임을 의미한다. 정기운송계약(Long-Term Contract)과 달리 시장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해운 시황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블랭크 세일링(Blanked Sailing)은 선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항차를 취소하거나 기항지를 생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공급 축소를 통해 운임을 방어하는 조치지만, 화주 입장에서는 운송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2024~2025년 글로벌 컨테이너선 신조선 인도량은 연간 8~9%대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세계 교역 성장률은 2~3%대에 그칠 전망이라 공급·수요 불균형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노선 구조조정 △제휴 서비스 확대 △신규 수익 모델 모색 등을 통해 수익성 유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아시아 항로는 관세 정책 및 미·중 관계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화주·포워더는 운임 변동 폭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스팟·단기 계약 비중을 조정하고, 여러 노선을 병행하는 리스크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럽·라틴아메리카로 운송 다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부산·광양 등 국내 환적항(Transshipment Port) 이용률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항만당국과 물류기업은 신항만 확장,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환적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5. 맺음말

종합하면, 2025년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은 공급 과잉과 관세 리스크가 맞물려 전반적인 운임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홍해 우회 항로, 미·중을 벗어난 시장 확장 등 변수 덕분에 단기간 급락보다는 완만한 하향 곡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주와 선사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 맞춰 기민한 운임 관리와 리스크 분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