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증시가 금요일(현지시간) 장 초반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전일 월가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고평가(밸류에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며 약세를 보인 흐름을 그대로 추종한 결과다. 기사 서두의 사진은 2020년 8월 26일 중국 광둥성 선전(Shenzhen) 도심 전경을 담은 것으로, VCG/게티이미지의 촬영분이다.
2025년 11월 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미국 증시에서 주요 AI 대형주가 동반 하락하며 광범위한 조정을 이끌었고, 이 여파가 아시아 오전장으로 확산됐다. 투자자들은 특히 밸류에이션 부담과 실적 대비 가격 수준에 대한 경계감을 재차 드러내고 있다.
미국장에서는 목요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브로드컴,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등 AI 대표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AI 관련 종목군의 조정이 다시 고개를 들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니케이225가 장 시작과 함께 1.38% 급락했다. 특히 AI 테마와 반도체 공급망에 연동된 종목들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소프트뱅크는 거의 8% 하락했고,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어드반테스트(Advantest)는 6% 이상 내렸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4% 하락했으며, 반도체 제조장비사 도쿄일렉트론도 1.56% 밀렸다.
토픽스(TOPIX)는 0.5% 하락했다. 한국에서는 코스피가 0.46% 내렸고, 중소형·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0.92%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호주 S&P/ASX 200 지수도 0.27% 떨어졌다.
한편, 아시아 투자자들은 이날 중 발표될 중국의 10월 무역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수출은 9월의 8.3% 급증에서 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입 증가율은 7.4%에서 3.2%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치: 수출 3% 증가, 수입 3.2% 증가(전년 동기 대비). 전월 대비 모두 둔화.
이 같은 전망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 고용 불안 심화, 그리고 소비 진작책의 축소(테이퍼링)로 인해 중국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소비와 투자심리의 약화는 교역 전반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역내 증시에는 추가적인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콩에서는 항셍지수(Hang Seng Index) 선물이 26,436을 가리키며 하락 출발을 시사했다. 이는 전장 현물지수 종가 26,485.9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전일 기술주 매도세 이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아시아 시간대 이른 새벽에 소폭 반등했다. 다만 선물의 제한적 상승은 현물시장의 급락을 온전히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98.70포인트(0.84%) 하락한 46,912.30에 마감했다. S&P 500은 1.12% 내린 6,720.32로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종합은 1.9% 급락한 23,053.99를 기록했다. (숫자는 기사 제공 원문 기준)
이번 보도에는 CNBC의 Sean Conlon과 Sarah Min이 기여했다.
용어 해설과 맥락
밸류에이션(valuation)은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개념으로, 보통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 현금흐름 대비 투자지표 등을 통해 판단한다. AI 관련주는 최근 몇 년 간 매출·이익 성장 기대를 선반영하며 큰 폭 상승해 왔고, 이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이 성장 스토리를 재점검하는 국면에서는 작은 실망 요인에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기 쉽다.
선물(futures)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자산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한 계약으로, 통상 현물 시장의 개장 전 심리와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읽힌다. 선물이 소폭 상승했더라도, 전일 현물시장의 급격한 조정이 컸다면 초기 저가 매수에 그칠 수 있어 변동성의 완화로 곧장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니케이225 vs. 토픽스: 니케이225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가격가중 지수로, 개별 종목의 주가 수준 변화에 민감하다. 반면 토픽스는 시가총액가중 방식으로 일본 시장의 광범위한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 따라서 특정 대형주의 급락은 니케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코스피는 주로 대형·우량주 중심의 본시장이고, 코스닥은 중소형·성장주 비중이 높다. 글로벌 기술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성장성 프리미엄에 민감한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흔들림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항셍지수 선물의 의미: 홍콩 항셍 선물 가격은 장 시작 전 개장가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전일 종가 대비 선물 시세가 낮다면, 통상 현물지수도 하락 출발할 개연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아시아 오전장 약세는 전형적인 리스크 전이(risk spillover) 사례다. 미국장에서 AI 대표주의 조정이 심화되자, 해당 생태계와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된 일본·한국·대만·홍콩 관련 종목들이 동조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기술·AI 분야에 대한 투자 익스포저가 커서 심리적 충격이 크게 반영되기 쉬우며,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처럼 반도체 장비·테스트에 연루된 기업은 업황 사이클과 AI 수요 기대에 민감하다. 이는 엔비디아 등 미국 내 GPU 수요 지표의 변화가 아시아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음을 뜻한다.
동시에, 중국의 10월 무역 통계는 역내 위험자산에 2차 충격 또는 완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수입 증가율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내수 및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재부각되며 경기 민감주와 원자재, 해운 등으로 파급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다면, 최근의 과도한 비관론을 일부 되돌리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시 불확실성이 맞물려, 섹터 로테이션과 종목 간 변동성 확장에 대비할 필요가 크다.
정리하면, 미국 기술주의 급락과 중국 지표 대기라는 이중 변수 아래, 아시아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리스크 오프로 기울어진 수급을 보여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대비 가격, 거시 지표, 정책 신호의 상호작용이 변동성을 규정할 전망이며, 특히 AI 모멘텀 관련주는 뉴스 플로에 과민하게 반응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수 선물과 섹터별 수급 흐름을 병행 점검하는 것이 유효하다.
표현 해설
stateside는 미국 본토 시장을 뜻하는 관용어다. edged higher는 소폭 상승했다는 의미의 금융시장 표현이다. tapering은 경기부양책 또는 유동성 공급을 점차 축소하는 정책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은 시장 참여자들이 강도의 차이를 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