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대 시가총액 제약사, 신규 고용 1,000명 창출 계획도 멈춰
영국 시가총액 1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케임브리지 연구 시설에 투입하기로 했던 2억 파운드(미화 약 2억 7,126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전면 “일시 중단”했다. 이 결정은 현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영국 정부의 산업 유치 전략에 경고음을 울린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 중단으로 인해 원래 2024년 3월 발표됐던 신규 자금 집행이 현재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회사 측은 “우리는 항상 투자 필요성을 재평가한다”며 “케임브리지 확장은 현재 보류 상태”라고 밝혔다.
1. 투자 보류의 배경과 경과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 허브로 확대하기 위해 설비 증설·인력 확충·최첨단 장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해당 계획이 실행됐다면 약 1,000개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5년 1월, 회사는 이미 영국 북부에 위치한 백신 생산 공장에 대한 4억 5,000만 파운드 규모 투자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경영진은 “영국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를 철회 배경으로 들었다. 이어 미국 머크(Merck & Co.) 역시 이번 주 런던 연구센터 계획을 철회하며 “영국의 도전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이유로 지목했다. 연이은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 유턴은 규제·세제·가격 통제 등 복합적 요인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 정치·외교적 파장
케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의 신임 정부로서는 뼈아픈 소식이다. 특히 며칠 뒤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영을 앞두고 영국 제약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정치적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5년 7월, 미국 내 제조·연구 시설 확장을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의약품 관세정책에 대한 업계 대응 차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유럽이 미국보다 의약품 값을 너무 싸게 책정한다
”고 공개 비판해 왔다.
3. 영국 제약 업계의 구조적 불만
영국 제약산업협회(ABPI)는 이번 주 성명을 통해 “영국이 투자 대상국 리스트에서 점점 제외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제약사 간,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환급해야 할 매출 비율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ABPI “기업들은 장기적인 의약품 가치 저평가와 규제 리스크를 이유로 영국 투자를 재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미·영 의약품 관세 협상에서 불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올해 5월 “제약 분야에 대해 \’상당히 우대적인 대우\’를 목표로 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세부 조치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많다.
4. 업계 용어 설명
FTSE 100은 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100 Index의 약어다. 런던증권거래소 상위 100개 대형주로 구성된 지수로, 한국의 KOSPI200과 유사하다.
Tariff(관세)는 국가 간 무역 시 부과되는 세금이다. 최근 미국이 특정 의약품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관측통들은 “영국 정부가 가격 통제·세제 인센티브·규제 간소화 등 세 갈래 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투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 내다본다. 한 영국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머크의 연쇄 보류는 \’캔트론 효과1\’처럼 업계 심리를 냉각시킨다
”고 분석했다.
실제 Eli Lilly는 지난 달 체중 감량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의 영국 내 공급 가격을 17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약가 인하 요구에 대응해 해외 가격을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영국이 글로벌 생명과학 허브로서 입지를 되찾으려면 예측 가능성과 수익성을 담보하는 규제·재정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재 확보와 연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세제 공제, 임상시험 프로세스 단축 역시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6. 환율 정보
기사 작성 기준 환율은 1달러 = 0.7373파운드다. 이를 적용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보류된 투자는 2억 파운드 ≈ 2억 7,126만 달러, 철회된 백신 시설 투자는 4억 5,000만 파운드 ≈ 6억 1,017만 달러 규모다.
1 켄트론 효과(‘Cantillon Effect’) : 경제 정책 변화가 특정 경제 주체에 불균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