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RESOLUTE 후기 3상 임상시험에서 파센라(Fasenra, 성분명 벤랄리주맙)가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시험에서 안전성·내약성은 기존 프로파일과 일치했다고 설명하며 상세 데이터 분석 후 학계에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파센라는 현재 미국·EU·일본·중국 등 80개국 이상에서 중증 호산구성 천식의 보조 요법으로 승인돼 있다. 또한 미국·일본에서는 6세 이상 소아·청소년으로 적응증이 확대됐고, 호산구성 육아종성 다발혈관염(EGPA) 치료제로도 60여 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회사 측은 과호산구증후군(HES) 적응증도 심사 중이라고 전했다.
❚ COPD 치료 시장 경쟁 심화
현재 COPD 분야는 사노피(Sanofi)·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신규 치료제를 출시했고, 머크(Merck & Co.)는 잠재적 블록버스터 후보물질 확보를 위해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 인수를 추진하는 등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로슈(Roche)는 지난 7월 임상에서 후퇴를 겪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2018년 COPD 시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바 있어, 파센라의 COPD 적응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RESOLUTE 시험은 중등도~초중증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1차 목표 미충족은 허가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 전문가 해설: ‘1차 지표’란 무엇인가?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는 약물 효능·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전에 설정한 핵심 지표다. 규제기관 승인을 받으려면 해당 변수를 충족해야 하므로, 미충족 시 해당 적응증 추가 허가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다만 후속 분석에서 하위 지표 또는 특정 소집단(subgroup)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될 경우 다시 개발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안전성 프로파일이 유지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COPD는 기전·병태가 복잡해 단일 표적 약물의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 다수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중론이다.
❚ 루푸스 치료제 ‘사프넬로’는 성공적
같은 날 아스트라제네카는 Saphnelo(사프넬로, 성분명 아닙롤루맙) 자가피하주사제형에 대한 TULIP-SC 3상에서 시스템성 홍반성 루푸스(SLE) 환자의 질병활동도를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통계적·임상적 유의성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험은 중증도~중증, 자가항체 양성 루푸스 환자에게 표준치료를 유지한 채 사프넬로 피하제형과 위약을 비교했다. 기존 정맥주사(IV)제형 대비 투여 편의성을 높여 재택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잠재력이 크다.
❚ 시장 영향 및 전망
아스트라제네카는 호흡기·면역 분야 복합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이번 COPD 실패에도 불구하고, 루푸스 분야 성과가 파이프라인 균형을 유지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파센라 COPD 적응 확대로 추가 매출을 노리던 전략이 좌절되며, 경쟁업체 대비 포지셔닝 재정비가 필요해졌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들은 호산구성 염증을 표적하는 인터루킨-5(IL-5) 억제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호산구 수치가 높지 않은 COPD 환자에서는 약물 반응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향후 바이오마커 기반 선정 기준을 개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용어 풀이
- COPD: 만성적인 폐쇄성 기도 질환으로, 주로 흡연·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폐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된다.
- 호산구: 알레르기·기생충 감염 등에서 증가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 과다할 경우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 IL-5: 호산구 생존·활성화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이를 억제하면 호산구 관련 염증을 줄일 수 있다.
❚ 기자 관전평
필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승인된 적응증 확대’ 전략에 집중해 온 만큼, COPD 실패가 당장 실적엔 제한적이더라도 R&D 투자 효율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반면 사프넬로 피하제형 성공은 자가 주사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주가 방어막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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