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첨단기술 기업 G42가 미국과 공동으로 조성 중인 AI(인공지능) 슈퍼컴퓨팅 캠퍼스에 투입될 GPU·AI 가속기를 엔비디아(Nvidia)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기 위해 협상에 착수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통신(Reuters)이 직접 협상 상황을 알고 있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G42는 미국의 아마존 AWS(클라우드 사업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테넌트)으로 유치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중 구글(Alphabet)이 가장 앞서 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G42는 AMD, Cerebras Systems, Qualcomm 등 엔비디아의 대체·보완 공급사로부터 일부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AI 칩 수급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G42를 비롯해 AMD, Cerebras, Qualcomm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엔비디아 대변인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AI 캠퍼스 프로젝트는 올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때 발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약 270조 원)를 웃도는 대규모 협력·투자 계약을 공개하며 UAE–미국 간 기술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배경 및 의의
G42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UAE 대표 AI·클라우드 기업이다. 자국 내 데이터 주권 강화와 중동권 AI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이미 자율주행·의료·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캠퍼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슈퍼컴퓨팅 클러스터’ 모델을 중동에 이식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완공 시 수십 엑사플롭스(ExaFLOPS)급 연산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학습·추론용 GPU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병목과 가격 급등 문제로 기업들은 대안 솔루션 탐색에 나서고 있다. AMD는 ‘MI300’ 시리즈로 성능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Cerebras는 웨이퍼(실리콘 원판) 한 장 전체를 칩으로 쓰는 Wafer-Scale Engine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Qualcomm은 저전력 AI 가속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2027년 전 세계 클라우드·하이퍼스케일러의 AI 반도체 투자액은 연평균 35% 증가할 전망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도 필수 전략으로 간주된다.
전문가 시각
“엔비디아 H100 계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국가기관은 2024년 이후 다른 칩 아키텍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G42의 행보는 중동 지역에서 최초로 다중(多重) AI 칩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 중동 ICT 컨설턴트의 평가
즉, G42는 비즈니스 위험요소를 분산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칩·프레임워크 간의 호환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 차별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향후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동 캠퍼스를 활용해 자사 AI 서비스를 현지화할 경우, UAE는 글로벌 AI 플라이휠의 핵심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용어 해설
AI 캠퍼스: 대규모 데이터센터·연구소·창업 생태계가 통합된 단지를 의미한다. GPU 팜, 고속 네트워크, 특화 냉각 시스템 등이 집적돼 ‘슈퍼컴퓨터 도시’로도 불린다.
GPU·가속기: 그래픽처리장치로 시작했으나, 병렬 연산 능력이 뛰어나 대규모 AI 학습에 필수적이다. 각종 AI 모델의 파라미터를 빠르게 계산한다.
엑사플롭스(ExaFLOPS): 초당 1018번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 단위다. 1엑사플롭스는 전 세계 인구가 1초에 계산기 30억 번을 누르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전망
로이터가 전한 대로 구글이 협상에서 가장 앞서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 등의 자체 칩을 일부 탑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정부의 대(對)중동 첨단기술 수출 관리 움직임에 따라 장기적인 승인 절차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G42가 실제 다중 칩 기반 시스템을 상용화하면, AI 반도체 시장의 탈엔비디아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향후 일정과 추가 세부계획은 공식 발표가 나오는 대로 업데이트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는 중동 IT 인프라 경쟁 구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