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시장 진단 —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뱅상 모르티에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훼손이 2026년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중대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산 배분 측면에서 유럽 및 신흥국 채권을 선호하고, 메가캡(초대형)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19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아문디(운용 규모 약 2.3조 유로약 $2.67조)는 유럽·신흥국 채권을 선호하는 한편, 빅테크 중심의 메가캡 주식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모르티에는 “내년을 앞두고 가장 큰 테일 리스크 중 하나는 연준에 대한 강한 정치적·제도적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거버넌스 변화나 독립성 약화는 시장에 매우 큰 ‘예상 밖’ 충격이 될 수 있다. 2026년에는 연준의 정책금리가 현재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정책·정치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거론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물가가 여전히 끈질기고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서도 금리 인하가 더디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에 종료되며, 현 대통령의 정책 성향과 보다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 후임에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메가캡 주식 비중 축소와 헤지 전략
모르티에는 아문디가 이른바 메가캡 주식에 대해 언더웨이트(지수 대비 낮은 비중)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종목을 전면 매도하지는 않았으며,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로 매도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이들 메가캡 종목을 언더웨이트로 가져가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이었다”며, “완전히 시장에서 이탈할 수는 없지만, 일부 성과를 보험(옵션 헤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 주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며 압력을 받았다. 특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기술 대형주 집단을 포함한 메가캡이 조정의 중심에 섰다. 모르티에는 거시·정책 변수와 가치평가 리스크가 겹치면서, 대형 기술주에 대한 방어적 포지셔닝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달러 약세 전망과 미국채 금리 ‘앵커’
아문디는 올해 주요 통화바스켓 대비 8% 이상 하락한 미국 달러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모르티에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약 4% 수준에서 ‘앵커(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부채 지속가능성 우려를 고려할 때 수익률이 이 범위를 상당폭 상회할 경우 정책당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봤다.
“미 재무부는 장기물 대신 단기물 위주의 발행을 택해 듀레이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연준은 채권매입 재개에 나설 여지도 있다. 더불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자본규제 완화 계획은 미국채 수요를 떠받칠 수 있는 명확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환율은 $1 = 0.8630유로로 제시됐다. 이는 기사 작성 시점의 기준 환율 정보다.
유럽 채권의 금리 노출 선호—ECB의 ‘더 비둘기파’ 가정
모르티에는 유럽 채권에서의 금리 노출(듀레이션) 확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두었지만, 실제로는 ECB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비둘기파(dovish)”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유럽 금리곡선 전반에서 하방 여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 개념 풀이: 낯선 용어 해설
테일 리스크(tail risk)란 통상 낮은 확률이지만 발생 시 충격이 큰 위험을 의미한다. 연준 독립성 훼손은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쳐, 물가안정·고용 등 법정 책무보다 단기 정치 목표가 우선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시장 변동성 확대와 정책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가캡(megacap) 주식은 시가총액이 매우 큰 초대형주를 말한다. 최근 몇 년간 AI와 클라우드, 반도체 사이클이 맞물리며 해당 집단의 이익과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상승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이러한 대형 기술주 그룹을 지칭하는 시장 용어다. 언더웨이트는 벤치마크 대비 보유 비중을 낮추는 전략이며, 고평가 구간에서의 리스크 관리 용도로 활용된다.
파생상품 헤지는 옵션·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하방 위험을 제한하거나 손실을 상쇄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콜 또는 풋옵션을 통해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면, 급락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보호할 수 있다. 모르티에가 언급한 “보험”은 이러한 옵션 프리미엄을 비용으로 지불하되, 큰 하락 시 손실을 줄이는 구조를 가리킨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 자산이다. 규제 체계 안에서 미국채를 담보 또는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구조가 확산하면, 결과적으로 미국채 수요가 늘 수 있다. 은행 자본규제는 금융안정 목적의 완충장치로, 완화되면 대차대조표 여력이 확대되어 안전자산 매입(예: 미 국채)에 나설 동인이 커질 수 있다.
시장 함의와 실무적 포인트
첫째, 연준 독립성 리스크는 단기간의 금리 경로보다 중장기 정책 신뢰를 좌우할 수 있다. 모르티에가 제시한 “2026년 더 낮은 정책금리” 시나리오는, 정치적 개입과 경기 둔화·물가 하향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릴 때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미국채 장기물의 상대 매력과 달러 약세 지속을 동시에 시사한다.
둘째, 메가캡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투자 사이클의 현금흐름 현실화 속도는 시장의 핵심 쟁점이다. 아문디의 접근법처럼 노출은 유지하되 옵션으로 하방을 방어하는 전략은, 상승장의 기회비용과 급락장의 손실 회피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는 실무적 대안으로 해석된다.
셋째, 미국 10년물 4% ‘앵커’ 가정은 정책당국의 부채 지속가능성 고려와도 맞닿아 있다. 수익률이 이 범위를 상회해 장기 고착될 경우, 재정 비용과 금융여건 경직이 과도해질 소지가 있다. 모르티에가 거론한 단기물 발행 확대와 자산매입 재개는 과거에도 사용된 수단이며, 시장이 해당 시그널을 감지하면 듀레이션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다.
넷째, ECB의 ‘더 비둘기파’ 전망은 유럽 채권 듀레이션 확대 논리를 강화한다. 인플레이션 하방 경로와 성장 둔화 리스크가 겹치면, 유로존 금리 인하 기대가 재부각될 수 있다. 이는 통화 간 정책 차별화로 이어져 유로화 강세·달러 약세의 조합을 일부 구간에서 지원할 여지가 있다.
요약 인용
“우리는 메가캡 비중을 낮게 가져가되,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다. 일부 성과를 ‘보험’ 비용으로 지불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 뱅상 모르티에, 아문디 CIO
“연준의 독립성에 변화가 생기면 그것은 매우 큰 예상 밖 이벤트가 될 수 있다. 2026년에는 훨씬 낮은 정책금리도 가능하다.” — 뱅상 모르티에
결론
아문디의 현재 자산배분 시각은 정책 리스크 관리와 가치평가 경계에 방점을 둔다. 달러 추가 약세, 미국채 10년물 4% 부근 고정, 유럽 채권 듀레이션 선호, 메가캡 언더웨이트 + 파생 헤지라는 네 가지 축이 핵심이다. 이는 예상치 못한 정책 변화와 거시의 굴곡에 대비하면서도, 시장 핵심군에 대한 참여와 방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