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발 — 아마존(NASDAQ:AMZN)이 수년간 제기돼 온 이용자·개발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파이어(Fire) 태블릿의 운영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전망이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사내 프로젝트 코드명 ‘키티호크(Kittyhawk)’를 통해 2026년까지 고급형 파이어 태블릿을 출시하고, 처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본 OS로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여섯 명의 관계자는 “아마존은 그동안 안드로이드를 포크드 버전※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수정해 독립 운영체제처럼 만든 형태으로 변형해 ‘파이어 OS’를 운영해 왔으나, 호환성 부족과 앱 생태계 제한이 판매 확대를 저해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2011년 첫 파이어 태블릿을 내놓은 이후
기기 판매 마진을 희생하는 대신 전자책·비디오·음악 등 콘텐츠 소비로 수익을 회수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낮은 해상도, 배터리 성능 등 ‘가성비’의 그림자가 뚜렷해 고사양을 원하는 소비자층 흡수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1. ‘키티호크’ 프로젝트의 핵심
복수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타사 OS 배제” 라는 아마존의 철학적 금기를 깨는 실험이다. 파이어 OS 전용 앱스토어만을 고집해 온 탓에 개발자들은 ‘이중 개발’ 부담을 떠안아야 했고, 최신 앱·업데이트 접근성도 떨어졌다. Jitesh Ubrani IDC 연구원은 “무료·저가 앱이 지배적인 시대에 별도 버전 개발은 비효율”이라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만약 안드로이드 전환이 성공한다면 파이어 태블릿은 갤럭시·픽셀 등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호환돼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관계자들은 “재무·기술적 변수에 따라 프로젝트 지연·취소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2. 시장 지형과 가격 전략
IDC 2025년 2분기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은 글로벌 태블릿 시장 점유율 8%로 4위다. 선두는 애플 33.1%, 삼성 18.7%, 레노보 8.2% 순이다. 아마존은 파이어 OS 기반 기기만으로도 ‘수백만 대’ 판매를 달성했으나, 안드로이드 표준 버전 도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계획 중인 첫 안드로이드 파이어 태블릿은 약 400달러 가격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현행 최고 사양 ‘Fire Max 11’(230달러)의 거의 두 배다. 애플 아이패드(350~1,200달러)와의 직접 경쟁을 의식한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된다. 세부 사양(화면 크기·메모리·스피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3. 내부 문화 변화와 기술적 맥락
아마존은 역사적으로 “외부 기술 의존도 최소화”를 추구해 왔다. 2014년 제프 베이조스가 밀어붙인 ‘파이어폰’은 파이어 OS 고집과 높은 가격 탓에 실패, 1억7천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에 투자해 챗봇 ‘클로드(Claude)’를 알렉사(Alexa)+ 음성비서 핵심 엔진으로 채택하는 등 ‘선택적 외부 협력’ 기조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새 태블릿에 들어갈 것은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로, 구글과의 직접 협업 없이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 동시에 일부 저가형 라인업에는 파이어 TV에 탑재된 리눅스 기반 ‘베가(Vega) OS’를 장착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모든 모델을 안드로이드로 전환하는 로드맵도 거론되고 있다.
4. 용어 한눈에 보기
포크드(forked) 안드로이드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를 기반으로 벤더가 독자 수정해 원판과 호환성이 제한되는 형태를 뜻한다. 오픈소스는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수정·배포할 수 있는 라이선스 모델로, 구글 ‘플레이 서비스’ 같은 상용 모듈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마존은 구글 인증 없이도 자체 스토어·서비스를 얹을 수 있다.
또한 “키티호크”는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마을 이름이자,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후원했던 ‘플라잉카’ 스타트업의 사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타트업은 결국 사업을 접었으나, 실패와 혁신을 동시에 상징하는 코드명으로 읽힌다.
5. 전문 기자 시각
기자는 세 가지 함의를 주목한다. 첫째, 아마존의 안드로이드 채택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서 “하드웨어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둘째, 400달러대 가격은 아이패드·갤럭시 탭과의 정면 승부로, 가성비 이미지를 넘어 ‘프리미엄 세컨드 디바이스’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셋째, 안드로이드 생태계 공식 진입은 개발자·콘텐츠 공급자의 비용을 줄여 장기적으로 서비스 수익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은 삼성·레노보 등 다수 제조사가 포화경쟁 중이어서, 아마존이 스펙·서비스 차별화를 어떻게 이룰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파이어 OS 고집으로 놓쳤던 교육·엔터테인먼트 대형 앱 수요를 되찾는다면, 단순 점유율 이상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루머·추측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으나, 내부 인력 재배치 및 소프트웨어 채용 공고가 포착되면서 프로젝트 가동 정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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