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로이터)=그렉 벤싱어
2014년 아마존(Amazon.com Inc.)은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직접 관여한 첫 스마트폰 파이어폰(Fire Phone)을 출시했다. 아마존은 애플(Apple)과 삼성(Samsung)에 맞서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해당 제품은 출시 직후부터 판매 부진과 기술적 문제에 시달리며 약 1년여 만에 단종되는 등 회사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2026년 3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파이어폰 실패 이후 10여 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Transformer’라는 코드명을 가진 이 프로젝트는 아마존의 장치 및 서비스(Devices and Services) 부문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복수의 관계자들이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관계자들은 이 신형 폰이 모바일 개인화 기기로 설계돼 집안의 음성 비서 알렉사(Alexa)와 동기화하고, 하루 종일 고객과 연결되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제프 베조스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음성 기반 컴퓨팅 비전의 연장선으로, 베조스는 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음성 제어 컴퓨터와 유사한 보편적 음성 비서 구현을 목표로 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Transformer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능의 깊은 통합이다. 이는 전통적 앱스토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등록할 필요 없이 AI 기반 서비스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의미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가격, 매출 목표, 투자 규모 등은 로이터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아마존 대변인은 본 기사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아마존 주가가 보도 당일 1.6% 하락해 $205.37를 기록했으며, 연초 대비로는 9.3% 하락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제품 연동성과 소비자 이용 시나리오
관계자들은 Transformer가 개인화 기능을 통해 아마존닷컴(Amazon.com)에서의 구매,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시청, 프라임 뮤직(Prime Music) 청취, 그리고 Grubhub 같은 제휴 음식배달 서비스 주문을 더 쉽고 빈번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통합은 모바일 단말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위치·행동 데이터와 아마존의 구매 이력 및 콘텐츠 선호 데이터를 결합해 회사의 고객 이해도를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다.
AI 내장 하드웨어의 과거 사례와 현재 경쟁 구도
다만 AI가 내장된 하드웨어는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Humane AI 핀과 Rabbit R1은 로그인 없이 생성형 AI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비평가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고, Humane 제품은 단종됐다. 이런 전례에도 불구하고 OpenAI는 전 애플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Jony Ive)와 함께 여러 하드웨어 시제품을 개발 중이며, 애플(Apple), 구글(Google), 메타(Meta) 역시 AI 통합형 안경과 시계, 헤드폰 등 다양한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에는 상거래, 콘텐츠, 클라우드, 알렉사에 기반한 기존 AI 인프라 등 강력한 서비스 생태계가 결합돼 있다. 데이터 기반 고객 관여에 대한 전문성 역시 깊다”라고 국제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의 데이터 및 분석 부문 부사장 프란시스코 헤로니모(Francisco Jeronimo)가 연구 노트에서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기회 창은 매우 좁다”고 덧붙였다.
과거 파이어폰 실패 요인
2014년 출시된 파이어폰은 카메라 기반 상품 인식 기능 등 쇼핑 중심 기능을 내세웠다. 그러나 파이어 OS는 안드로이드(Android)와 iOS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기 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3D 이미지를 표시하기 위한 다중 카메라 기반 화면 시스템은 지나친 배터리 소비를 초래해 과열 문제를 일으켰다. 아마존은 당시 파이어폰에 1년 무료 아마존 프라임을 제공했지만 판매는 부진했으며, 출시 후 가격을 $649에서 $159로 대폭 인하한 뒤 14개월 만에 단종을 결정하고 $1억7천만 달러($170 million)의 재고 손상 비용을 회계 처리했다.
금융사 R.W. 베어드(R.W. Baird)의 애널리스트 콜린 세바스티안(Colin Sebastian)은 과거 실패가 재도전의 불가능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굳건히 기존 기기에 매여 있다는 점을 넘어서는 전환을 유도할 강력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존의 앱 생태계와 소비자의 앱 사용 습관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시장 구조와 수요 전망
시장조사기관 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과 삼성은 합산 약 40%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를 차지했다. 또한 IDC는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례 없는 최대폭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며,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메모리 칩 가격 급등을 지목해 2026년 출하량이 13%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조직과 제품 콘셉트
Transformer 프로젝트는 아마존 장치 부문 내 신설된 그룹인 제로원(ZeroOne)이 이끌고 있다. 제로원은 ‘획기적인(breakthrough) 기기’를 만드는 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으로, 올해 출범한 이 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으로 Zune 음악 플레이어와 엑스박스(Xbox) 개발에 관여했던 J. 알라드(J Allard)가 이끌고 있다.
장치 및 서비스 부문 수장 파노스 파나이(Panos Panay)는 해당 부문의 다년간의 적자 문제를 뒤집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일환으로 아마존은 처음으로 파이어 OS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는 태블릿을 준비 중이며, 해당 태블릿의 가격대는 약 $40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Transformer 개발에 참여했던 세 명의 관계자들은 해당 폰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아마존이 전통적 스마트폰과 화면 사용을 줄인 기능 위주의 이른바 dumbphone(덤폰/기능 전화)의 두 가지 옵션을 모두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아마존이 아직 통신사 파트너를 공식적으로 물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두 명의 관계자는 새로운 폰의 영감 중 하나로 라이트 폰(Light Phone)을 언급했다. 라이트 폰은 카메라, 지도, 달력 정도의 기능만 제공하는 미니멀리스트 스마트폰으로, 가격이 $700 수준이다. 아마존이 기능을 제한한 폰을 ‘두 번째 핸드셋’으로 포지셔닝하면, 아이폰·갤럭시와 함께 사용되는 보조 기기로 시장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 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기능 휴대전화와 플립폰 등 비(非)스마트폰 계열은 글로벌 단말 판매의 약 15%를 차지했다.
독립 무선 분석가 체탄 샤르마(Chetan Sharma)는 다중 휴대전화 보유자에 대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설명하면서, 다중 휴대전화 사용은 주로 직장인 계층(직장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두 번째 전화)이나 부모가 십대 자녀에게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제공하는 경우에 흔하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덤폰(dumbphone) 또는 기능 전화(feature phone): 스마트폰에 비해 기능이 제한된 휴대전화로, 주로 통화·문자·간단한 앱 정도를 지원한다. 본문에서 아마존이 검토 중인 ‘덤폰’은 화면 중독 문제를 줄이고 보조 단말기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앱스토어: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관리하는 플랫폼(예: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Transformer가 앱스토어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는 사용자가 별도 다운로드 없이 AI 기반 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제로원(ZeroOne): 아마존 장치 부문 내 ‘획기적 기기’를 개발하는 소규모 조직 명칭으로, J. 알라드가 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가격과 경제적 파급에 대한 분석
아마존의 신형 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품의 포지셔닝(프리미엄·중가·저가), 기능 구성(AI 통합 수준, 앱 호환성), 그리고 통신사·유통 파트너 확보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거 아마존의 하드웨어 실패 사례(파이어폰)는 앱 생태계 부재와 제품 설계의 실무적 결함에서 기인했다. 이번 Transformer가 AI와 알렉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기존의 인기 앱을 수용하거나, 또는 앱 없이도 소비자가 일상적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명확한 가치 제시를 하지 못하면 재도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 전략 측면에서 아마존이 이미 검토 중인 태블릿 가격대($400)와 라이트 폰의 가격($700)을 고려하면, 아마존은 보급형-중가형 시장을 노리거나, 혹은 두 번째 보조 기기 시장을 겨냥해 기능을 최소화한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전자의 경우 대량 판매를 통한 생태계 락인(lock-in)이 목표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 기존 스마트폰을 보완하는 니치(niche) 전략이 된다. 어느 쪽이든 아마존의 수익 모델은 하드웨어 판매 자체보다 서비스(콘텐츠·상거래) 이용 확대를 통한 장기적 고객 지출 증가
시장 반응과 주가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들은 제품 발표와 초기 판매 지표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보도 당일 주가 하락(1.6%, $205.37)은 뉴스의 불확실성에 대한 단기적 반응으로 해석되지만, 장기적 영향은 제품의 시장 수용성과 아마존이 기기 사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메모리 칩 가격 상승 등 제조 원가 상승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말 가격 경쟁력 확보는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종합 평가
아마존의 Transformer 프로젝트는 알렉사 기반의 AI 생태계를 휴대폰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읽힌다. 아마존은 콘텐츠, 상거래, 클라우드 등에서 축적한 강점을 바탕으로 기회는 있으나, 이미 강하게 자리 잡은 애플·삼성의 생태계와 소비자의 앱 이용 관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도전 과제 역시 명확하다. 관계자들은 프로젝트의 일정과 최종 결정이 변경될 수 있음을 경고했으며, 시장은 아마존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 전환’을 설계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