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com Inc.)이 ‘반품 사기(return fraud)’라는 골칫거리 물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손을 내밀었다.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위치한 케임브리지 테라헤르츠(Cambridge Terahertz)는 $1,200만(약 162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마감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라운드는 실리콘밸리 벤처펀드 펠리시스(Felicis)가 주도했으며, 아마존이 2022년 조성한 10억 달러 규모 ‘인더스트리얼 이노베이션 펀드(Industrial Innovation Fund)’가 참여했다.
2025년 7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자사 물류망 전반—특히 반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 상자’ 혹은 ‘잡동사니’ 반송 사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프리스 리테일(Appriss Retail)은 2024년 한 해에만 전 세계 소매업계가 1030억 달러를 반품 사기로 잃었다고 추정했다.
반품 사기란? 고객이 환불을 요청한 뒤 실제 제품은 돌려보내지 않고 빈 상자 혹은 무관한 물건을 배송업체에 맡기는 행위다. 전자상거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며 교묘한 사기 유형도 늘어났는데, 글로벌 물류·재고 관리의 복잡성이 높아진 탓에 소매 기업들은 ‘보내온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 테라헤르츠(THz) 스캐닝 기술이란 무엇인가
테라헤르츠파(THz)는 전자기파 스펙트럼에서 마이크로파와 적외선 사이(0.1~10THz)에 위치한다. X-ray와 달리 인체에 해가 적고 금속·플라스틱·옷감 등 다양한 비전도성 소재를 투과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케임브리지 테라헤르츠는 이 파장을 활용해 공항 수준의 대형 보안 스캐너를 ‘손에 들 수 있는 피라미드형 장치’ 크기로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공동 창업자 나선 네이선 먼로(Nathan Monroe) 최고경영자(CEO)는 MIT에서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연구한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
아마존처럼 하루에 수천만 개의 상자를 다루는 기업에게는 ‘상자 안에 실제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즉시 파악하는 일이 막대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고 강조했다.
■ 아마존 ‘인더스트리얼 이노베이션 펀드’의 전략적 의미
아마존은 2022년 해당 펀드를 출범하며 ‘미들 마일(middle mile)’부터 ‘라스트 마일(last mile)’까지 물류 전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혁신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펀드 총괄 프란지스카 보사트(Franziska Bossart)는 “
우리는 투자 기업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거쳐, 필요하다면 인수(acquisition)까지 검토하는 ‘심화 상업 협력(commercial relationship)’ 모델을 지향한다
“고 말했다. 현재까지 2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AI 로봇 스타트업 ‘코베리언트(Covariant)’를 인수·인재 확보(acquihire)하는 딜 역시 같은 펀드에서 발굴했다.
이번 케임브리지 투자는 ‘상자 내부 시각화’라는 아마존의 뚜렷한 필요와 기술적 솔루션이 정확히 맞물린 사례다. 보사트 총괄은 “본 시스템은 크기가 작아 물류센터 어느 지점에나 설치가 가능하며, 제품 출고 전 포장 상태 검수와 반품품 수령 시 즉각적 진위 확인이라는 두 영역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과제와 산업 확장성
케임브리지는 현재 직원 10명의 소규모 팀이지만, 미 국토안보부·국방부 등과 4건의 정부 계약을 확보했다. 또한 미국 세관국경보호청(US CBP)과는 국경에서 펜타닐 밀수를 탐지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 단속 중인 de minimis 규정(소액·소량 수입품 통관 간소화 조항) 악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먼로 CEO는 “이번 투자금은 엔지니어링·세일즈 인력을 충원하고, 3D 이미징 시스템의 대량생산 및 상용화(fully productize)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측은 물류 외에도 제조·항공우주·의료 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제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글로벌 시사점과 전망
전문가들은 테라헤르츠 센서의 소형화가 물류센터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한국 역시 전자상거래 반품 비율이 30%를 웃돌며 유사한 고충을 겪고 있어, 국내 택배·풀필먼트 업계가 해당 기술을 도입할 경우 ‘반품 검수 대기시간’과 ‘분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전파법 등 규제 환경에 맞춘 주파수 허가·인체 안전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스타트업이 ‘칩 기반 스캐너’를 대량 양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선두 투자자로 참여한 아마존이 실제 수요가 보장된 테스트베드를 제공함으로써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위험을 크게 낮춰 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은 2018년 알렉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비디오 도어벨 업체 ‘링(Ring)’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전례가 있다. 알렉사 펀드를 둘러싼 ‘기술 탈취’ 의혹이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마존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에도 투자와 협업이 인수합병(M&A) 단계로 이어질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테라헤르츠, de minimis 용어 해설
• 테라헤르츠(THz) 주파수 대역은 X선보다 에너지가 낮아 인체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비금속 물질을 투과해 내부 구조를 3D 이미징할 수 있는 파장대다.
• de minimis는 일정 금액 이하 수입품에 대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경우 $800 미만 소포가 대상이다. 최근에는 이를 악용한 마약·짝퉁 밀수 문제가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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