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틀을 2026년 초부터 시행하기 위해 환율 밴드(통화 밴드)를 소비자물가(인플레이션)에 연동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제시됐다. 당국은 단기적 수입통제 성격의 환율 규제에서 벗어나 보다 영구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새 통화 프레임워크를 통해 페소의 밴드 하한과 상한을 매월 최신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2026년 1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종전에는 사전에 설정된 매월 1%의 고정 이동폭을 사용했으나, 이는 2025년 11월 인플레이션 2.5%를 밑도는 수치로 실제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환율 정책의 왜곡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앙은행은 이번 개편의 주요 목표로 외환보유고(외화준비금) 축적을 명시했다. 당국은 시장에서 최대 $100억(10 billion 달러) 규모의 외화 매입을 실행할 계획이며, 국제수지 흐름에 따라 총 $170억(17 billion 달러)까지 보유고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통화기초(monetary base)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에서 2026년 말까지 4.8%로 확대해 현지 통화에 대한 수요 회복을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번 달 초 아르헨티나에 대해 외환보유고 축적을 강화해 국제 자본시장 접근을 회복하라”고 권고했다
중앙은행의 발표문은 IMF의 권고와 맥을 같이한다고 명시했다. IMF 대변인 줄리 코작(Julie Kozack)은 소셜미디어(X)에서 이번 시장 접근 개선 및 통화·외환 정책 프레임워크 강화, 보유고 완충 능력 복원, 성장 촉진 개혁 진전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융시장 반응은 비교적 침착했다. 발표 직후 페소는 달러 대비 0.17% 강세미국 달러당 1,438.5 페소 수준으로 움직였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기준 지수인 S&P 메르발(Merval) 지수는 1.13% 상승했고, 달러표시 국채를 중심으로 주권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중앙은행은 외환매입이 가격·금리·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지표 및 전망 측면에서 중앙은행은 이번 정책 전환이 경제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3분기 전년동기 대비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1년 전의 1.9% 역성장에서 뚜렷한 반전이다. 중앙은행은 통화공급 확대와 외환보유고 증대가 수요 회복과 함께 페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 설명
환율 밴드(통화 밴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의 거래 범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밴드의 하한과 상한을 설정해 통화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개입함으로써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번 조치에서는 이 밴드의 상·하한을 고정된 비율로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에 연동하여 매월 조정하도록 변경한 것이 핵심이다.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예: 외화 현금, 국채 등)으로, 국제결제 및 위기 시 통화안정성 확보 수단이다. 보유고가 충분하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 대외 채무 지급 등에서 여유가 생긴다.
통화기초(monetary base)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공급하는 현금 및 은행의 준비금 총액을 의미한다. 통화기초 확대는 시중통화량(M2 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수요 회복에 맞춘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책 의미와 향후 영향 분석
이번 환율 밴드의 인플레이션 연동 전환은 몇 가지 중요한 경제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외환보유고 축적 의지의 명확화는 국제투자자와 채권시장의 신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100억 규모의 매입을 계획하고, 경우에 따라 총 $170억까지 확보하겠다고 한 점은 표면적으로는 대외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려는 신호다.
둘째, 통화 밴드의 상·하한을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에 연동하면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는 또한 공식 통계의 신뢰성에 의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통계 발표 시점의 시차가 큰 경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 통화기초를 GDP 대비 4.8%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통화공급을 늘려 경기회복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지만, 물가전망과의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통화기초 확대가 수요 회복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보유고 확충을 통해 통화안정 기대가 높아지면 페소의 실질가치가 안정되어 수입물가 하락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완화할 여지도 있다.
넷째, 외환매입을 통한 보유고 축적은 자본유출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유효하지만, 이를 지속하려면 재정정책의 건전성 및 구조개혁 동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IMF의 권고처럼 보유고 확충과 함께 시장 접근성 회복, 성장 촉진을 위한 개혁이 병행되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외화 매입을 위한 자금 확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시장 혼선, 통계 기반 정책의 시차(데이터 발표 지연으로 인한 대응 늦음), 그리고 정책 신뢰성에 대한 시장의 지속적 검증 요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는 단기적 환율 변동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표출될 수 있다.
종합적 전망
이번 조치는 아르헨티나의 통화·외환 정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밴드의 인플레이션 연동화와 외환보유고 목표 제시는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은 보유고 축적의 실행력, 통계의 신뢰성, 그리고 재정·구조 정책과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점진적 안정화와 함께 페소와 채권시장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관리와 외부 충격 대응 능력이 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