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의회, 2026년 예산안 승인…미레이지 취임 이후 첫 의회 통과 예산

아르헨티나 의회가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해당 예산안은 하원 표결에서 찬성 46표, 반대 25표, 기권 1표로 가결되었으며, 지출 규모는 148조 페소(약 1,020억 달러)로 책정되었다.

2025년 12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예산안은 아르헨티나가 2026년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를 기록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을 10.1%로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은 또한 기초(primary) 예산 흑자를 GDP의 1.2%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 예산안은 하비에르 미레이지 대통령이 2023년 말 취임한 이후 의회가 통과시킨 첫 2026년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경제적 의미가 크다. 미레이지 정부는 재정 긴축·구조개혁 중심의 정책을 펴왔고, 2024년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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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본 기사 서두의 페소 액수 표기는 수정된 것으로, 당초 보도에서 ‘십억’ 단위로 표기된 부분은 정확히 ‘조(兆) 단위’인 148조 페소임을 확인하였다.

과거 정권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예산안의 의회 통과 여부다. 2023년 의회가 마지막으로 승인한 예산 이후, 미레이지 정부는 취임 초기 수년 동안 의회의 새 예산안 통과 없이 전년도 예산을 연장해 사용해 왔다. 이러한 임시 연장 조치는 고물가 상황에서 일부 분야의 예산 집행능력을 약화시켰고, 2024년 4월에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거의 300%에 달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Civil Association for Equality and Justice(ACIJ)의 보고서는 새 예산을 분석하며, 2025년 대비 실질 기준 7% 증가실질 기준 24.6%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ACIJ는 또한 정부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일부 민간·독립 추정치보다 상당히 낮게 설정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사회적 맥락에서 보면 미레이지 행정부의 강력한 긴축 정책은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었다. 한편 의회는 올해 공공대학·소아의료·장애인 지원을 위한 예산 증액을 골자로 한 법안들에 대해 미레이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overridden)하기도 했다.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 제한적 균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예산 주요 항목 및 사회서비스 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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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보건(health), 사회보장(social security), 교육(education)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출 확대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ACIJ 보고서는 이러한 증액이 지난 수년간 사회서비스 예산이 겪은 급격한 실질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교육·보건 분야의 예산은 상당한 침체를 겪었다.

용어 설명
기초(primary) 예산 흑자: 이자 비용을 제외한 정부의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의미한다. 기초 흑자는 통상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예산 연장: 의회가 새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이전 연도의 예산을 일정 기간 연장해 집행하는 조치를 말한다. 연장은 예산 구조를 경직시키고 고물가 상황에서 실질 지출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정치적 배경과 의회의 변화

10월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미레이지의 정당인 La Libertad Avanza(라 리베르타드 아반사)당은 하원에서 가장 큰 야당(또는 소수파) 지위를 확보했고 상원에서도 의석을 늘렸다. 이 결과는 정부가 향후 몇 달 동안 노동·세제 등 구조개혁 법안을 추진하는 데 일정한 정치적 탄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의 힘이 완전한 일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술한 거부권 무력화 사례처럼, 입법부는 여전히 일부 사회정책 예산의 복원이나 확대를 통해 행정부의 일방적 긴축을 제약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향후 전망

이번 예산안이 제시한 성장률 5%와 물가상승률 10.1% 전망은 상당한 낙관적 가정을 포함하고 있다. ACIJ와 같은 독립 분석기관들이 제시한 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정책 목표 달성에 리스크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질적으로 향후 수개월간 시장 반응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재정건전화(기초 흑자 달성)를 위한 긴축 기조는 단기적으로 국채 수익률 안정화와 외자 유입 유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페소화의 변동성 완화와 국제 투자자의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사회서비스와 공공투자 분야의 실질적 축소는 장기적 소비 여력과 사회 안전망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가계의 실질구매력 저하로 내수 수요 회복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성장세 지속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현실보다 과도하게 낙관적일 경우, 금리·통화정책의 긴축 완화 시점에 대한 오판을 불러와 물가 재상승 압력과 통화불안정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예상대로 물가 안정이 진행될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와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강화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예산은 아르헨티나의 단기적인 금융·재정 신뢰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으나, 사회적 비용과 정치적 반발을 관리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정부가 제시한 인플레이션 경로의 실현 여부, 의회와의 협력 관계에 따른 추가적 사회비용 보전 조치, 그리고 대외자금 조달 여건이다.


맺음말

아르헨티나 의회의 2026년 예산안 통과는 미레이지 행정부의 재정정책 향방과 향후 구조개혁의 진전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예산안은 단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 회복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하지만, 실질적 사회안전망 회복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는 향후 집행과 정책 보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