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의회가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이번 예산안은 하원과 상원을 통틀어 투표 결과 찬성 46표, 반대 25표, 기권 1표로 통과되었으며, 지출규모는 $1020억(1480억 아르헨티나 페소)으로 책정됐다. 예산안은 2026년 실질성장률을 5%로 전망했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10.1%로 예측했으며, 기초재정흑자(primary surplus)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에 해당할 것으로 제시했다.
2025년 12월 2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2023년 말 하비에르 마일리(Javier Milei) 대통령 취임 이후 의회가 승인한 첫 번째 연차 예산이다. 2023년 예산이 의회의 마지막 승인 예산이었고, 마일리 정부는 취임 후 첫 2년 동안 이전 연도의 예산을 연장해 집행해 왔다. 이 기간 동안 일부 부문은 급격한 고물가 충격을 받았고, 2024년 4월에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거의 300%에 달했던 시점이 있다.
예산안의 주요 수치와 전망
의회가 승인한 예산의 핵심 숫자는 다음과 같다. 총지출 $1020억(1480억 페소), 경제성장률 전망 5%, 인플레이션 전망 10.1%, 기초재정흑자 GDP의 1.2%. 이러한 수치는 정부가 내건 재정 긴축과 구조조정 목표를 반영한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의 전제(특히 인플레이션률)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독립 싱크탱크의 평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의 시민단체인 ‘공평과 정의를 위한 시민협회'(ACIJ, Civil Association for Equality and Justi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새 예산은 2025년 대비 실질 기준으로 7% 증가실질 기준으로 24.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ACIJ는 정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일부 부문 또는 평가에서는 과소추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새 예산은 보건, 사회보장, 교육 등 사회 서비스에 대한 자금 배분을 늘리지만, 지난 수년간의 급격한 실질 축소를 온전히 보전하지 못한다.”
정치적 배경 및 의회의 역할 변화
올해 10월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마일리의 정당인 라 리베르타드 아반사(La Libertad Avanza)는 의회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정당은 하원에서 가장 큰 소수당이 되었고 상원 의석도 늘려 정부의 입법 추진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 정부는 이 의회 구성을 바탕으로 노동·세제 개편 등 일련의 구조개혁을 수개월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마일리 정부의 재정·경제 운영 특징
마일리 행정부는 광범위한 긴축정책과 급진적 시장친화적 개혁을 표방하며 통치를 해왔다. 이러한 조치들은 빈곤층과 공공서비스 이용자 사이에서 큰 반발과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한편 2024년에는 아르헨티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의회는 공립대학, 소아과 보건, 장애인 지원 관련 법안에서 마일리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고 예산 증액을 승인하기도 했다.
용어 설명 및 제도적 맥락
기초재정흑자(primary surplus)는 이자비용을 제외한 재정수지를 가리키며, 정부가 채무 이자 지급을 제외한 재정운용에서 흑자를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국가의 지속가능성 평가와 채권시장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표시되는 이유는 경제 규모 대비 재정 상태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또한 예산의 ‘실질 증가(또는 감소)’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구매력 기준의 변화를 의미한다.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이번 예산안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5%)과 인플레이션(10.1%)은 정책적 낙관을 반영한 수치로 보인다. 만약 실제 인플레이션이 정부 예측을 상회하면, 명목 지출 증가가 실질 구매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사회복지 수혜자와 공공서비스 이용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정부 예상 수준으로 안정화될 경우, 기초재정흑자 1.2% 달성은 외환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회복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예산안의 흑자 전망은 국채 수익률과 환율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채권투자자들은 향후 재정흑자 달성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것이고, 만약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 채권 스프레드 확대와 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재현될 수 있다. 노동·세제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는 중장기 성장 경로와 투자 유입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사회정책과 취약계층 영향
예산안은 보건·사회보장·교육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증가시켰지만, ACIJ의 분석처럼 과거 수년간의 실질 축소를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중하위 소득층과 공공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계층은 단기적으로 실질 생활수준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정부의 지출 재조정과 우선순위 설정 방식은 사회안전망의 복원 속도와 질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아르헨티나 의회의 이번 예산안 승인으로 마일리 정부는 재정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노동·세제 개편 등 주요 개혁을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 그러나 예산의 성공적 집행은 정부의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 구조개혁의 사회적 수용성 및 국제자본의 반응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정책의 일관성이 경제지표와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과 세제개편의 성패가 성장률과 외국인투자 회복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