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관세 변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미국 수입 관세로 인한 연간 이익 감소 추정치를 1억 5,000만 달러로 높였다. 이는 2월 전망치였던 1억 달러에서 50% 늘어난 수치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2위 철강 기업 아르셀로미탈은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 공정 심화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제누이노 크리스티노(Genuino Christino) 재무총괄책임자(CFO)는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품목”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크리스티노 CFO는 고객과 관세 부담을 분담하거나 내부 비용을 절감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치는 핵심 수익성 지표인 조정 EBITDA(상각·세전 영업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대: 앨라배마 ‘캘버트’ 제철소 완전 인수
아르셀로미탈은 6월 닛폰스틸(일본제철) 보유 지분 50%를 인수해 미국 앨라배마주 캘버트(Calvert) 합작법인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크리스티노 CFO는 “이번 거래로 그룹의 미국 시장 존재감이 근본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캘버트 제철소에는 새롭게 1년 생산능력 150만t 규모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과 전기를 사용해 쇳물을 만들며, 고로(용광로)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회사는 해당 설비를 통해 저탄소 자동차용 노출 등급(Exposed Automotive Grade) 강판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새 전기로와 공급 계약 덕분에 캘버트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미국 내 용해·주조(U.S.-melted and poured)’로 분류될 전망이다.” — 제누이노 크리스티노 CFO
앞서 6월, 아르셀로미탈은 닛폰스틸 및 U.S.스틸과 7년간 연평균 75만t 슬래브(slab)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슬래브는 가열·압연 전 단계의 반제품으로, ‘미국에서 용해·주조’된 슬래브를 사용하면 관세를 피하거나 감면받을 여지가 생긴다.
관세 대응 전략의 의미
미국은 국내 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특정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고부가 제품 특성상 단순 가격 인하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산 현지화’와 ‘공급망 재구성’이 유일한 해법으로 떠오른다.
전기로 투자는 두 가지 효과를 낸다. 첫째, 미국 내 생산비중을 늘려 관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둘째, 저탄소 철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재무적으로 보면, 5,000만 달러의 관세 부담 추가 증가는 단기 순이익을 훼손할 수 있으나, 현지 자산 확대는 장기적으로 마진 방어와 신규 수주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를 고객과 부분적으로 분담하는 방안이 구체화되면 단가 인상을 통한 손익 개선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전문가 해설: ‘미국 내 용해·주조’ 기준이 중요한 이유
미국 상무부는 제품이 ‘미국에서 용해(melted)·주조(poured)’됐을 경우, 해외 원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자국산으로 인정해준다. 관세 부과 여부와 고객사의 조달 정책(구매선 다변화)에 직결되기 때문에, 글로벌 철강사는 현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슬래브(Slab)는 두꺼운 직사각형 형태의 철강 반제품으로, 열연·냉연·도금 공정을 거쳐 최종 강판으로 재탄생한다. 따라서 슬래브를 어디서 녹이고 부어 만들었느냐가 관세 판단의 핵심이며, 아르셀로미탈의 장기 슬래브 계약은 이런 제도적 요건을 정확히 겨냥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아르셀로미탈이 2025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캘버트 전기로 가동률과 슬래브 계약 경제성을 얼마나 상세히 공개할지 주목된다. 또한 미국·멕시코·브라질 간 철강 교역 구조 변화가 회사 공급망에 미칠 영향도 시장의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려면 현지 특화 제품과 탈탄소 기술 확보가 필수”라며, 전기로 기반의 친환경 공정 전환 속도가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