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 거장 고(故)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남긴 유산이 베일을 벗었다. 그의 유언장은 두 개의 코끼리 상아, 일본식 병풍, 청동 곰 조각, 앤디 워홀의 자화상 등 다양한 소장품과 세계 각지의 부동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상세히 담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르마니의 유언장은 그가 세운 럭셔리 제국의 향후 구조와, 수십 년간 축적한 막대한 개인 자산의 귀속처를 명료하게 제시한다. 이 문서는 로이터 기자가 직접 열람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아르마니는 2025년 9월 4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50년에 걸친 그의 커리어는 ‘타임리스 엘레강스’라는 수식어를 탄생시켰고, 패션 산업의 규칙을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생전 세계적 휴양지와 대도시에 자리한 다수의 주택으로도 유명했다. 2000년에는 미니멀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Armani/Casa 인테리어 브랜드를 론칭하며 주거 문화까지 영향력을 확장한 바 있다.
유언장 핵심: 부동산과 소장품 분배
유언장에 따르면 앤디 워홀이 그린 아르마니의 초상화는 오랜 보좌관이자 동료인 판탈레오(레오) 델오르코에게 유증됐다. 델오르코는 프랑스 리비에라의 생트로페 언덕에 위치한 프로방스 스타일 별장(수영장 포함)도 상속받았다.
그는 또한 카리브해 휴양지 앤티과와, 아르마니의 고향 피아첸차 근교 전원주택, 그리고 시칠리아 판텔레리아 섬의 대규모 여름 별장을 평생 사용할 권리를 지녔다. 판텔레리아 별장은 하얀 화산석으로 지은 돔 형태 전통 가옥 ‘dammusi’ 일곱 채와 150그루 이상의 야자수가 어우러진 복합 단지다.
“1판텔레리아·앤티과·피아첸차의 부동산은 유언장에 명시된 부동산 법인이 소유하며, 해당 법인은 여동생 로잔나, 조카 실바나, 조카 안드레아 카메라나에게 귀속된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아파트 한 곳 역시 세 사람에게 돌아갔고, 맨해튼 내 또 다른 아파트는 델오르코 몫이 됐다. 여동생 로잔나는 파리 아파트와 앙리 마티스 회화, 코끼리 상아 두 점, 그리고 이탈리아 산업디자인 거장 에토레 소트사스가 제작한 테이블·초록색 의자 세 개를 물려받았다.
조카 로베르타는 언제든 이들 주택을 사용할 수 있는 요청권을 획득했다. 델오르코는 평생 동안 밀라노 중심가의 아르마니 본관과 스위스 생모리츠 소재 주택을 사용할 수 있다. 생모리츠 주택의 소유권은 카메라나에게 있다.
소장품 세부 내역
델오르코는 다수의 소파·안락의자·선반·일본산 러그,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 미셸 프랑크의 책상과 테이블, 청동 곰·청동 표범·금속 게 등 동물 조형물을 포함한 긴 목록의 장식품을 상속받았다.
델오르코와 부동산 회사 대표 미켈레 모르셀리는 아르마니가 소유하던 빈티지 자동차를 공동으로 상속받아 매각할 권리를 가졌다. 모르셀리는 ‘Z’자 형태 테이블과 주황색 포니 스킨(pony skin) 안락의자도 추가로 받았다.
배경 설명: 전통 가옥 ‘dammusi’란?
시칠리아 판텔레리아 섬 특유의 dammusi는 용암석을 쌓아 올리고 하얗게 칠한 곡선형 지붕이 특징이다. 더운 기후에서 내부 온도를 낮추는 건축적 지혜가 담겨 있으며, 최근에는 럭셔리 휴양형 부동산으로 인기가 높다.
배경 설명: 디자인 거장들
프랑스의 장 미셸 프랑크는 1930년대 미니멀리즘 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이탈리아의 에토레 소트사스는 1980년대 멤피스 그룹을 통해 과감한 색채·기하학적 형태로 산업디자인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이들의 작품은 희소 가치로 인해 미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패션·럭셔리 산업 전문 컨설턴트들은 “아르마니의 유언장은 생전에 그가 강조해 온 ‘절제된 우아함’과 동일한 철학이 투영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창업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워홀 초상화를, 가족에게는 기업 지분과 부동산을 분배함으로써 브랜드 정체성과 가족 경영 체제를 동시에 지속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아르마니 그룹은 아직까지 창업주 일가가 지배권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로, 이번 유언 공개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배구조와 차세대 리더십 준비 상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향후 기업공개(IPO) 여부나 경영권 승계 구조가 구체화되면 패션·금융 양 산업에서 중대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