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31일(현지 시각) 전일 대비 0.01% 상승한 0.05센트로 장을 마쳤다. 반면 1월물 로부스타 커피(RMF26)는 2.18% 하락해 101달러 내렸다.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난 배경에는 재고 급감과 기상 여건, 환율 움직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2025년 10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CE가 관리하는 아라비카 커피 인증 재고가 19.5개월 만의 최저치인 431,728포대(60㎏ 기준)로 줄어든 것이 매수세를 자극했다. 같은 날 로부스타 커피 재고 역시 6,077로트로 3.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베트남에서 쏟아진 폭우가 향후 작황 개선 기대를 키우며 로부스타 가격에는 오히려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주요 촉매:미국 달러 강세·베트남 폭우·브라질 관세 이슈
시장 참여자들은 달러 인덱스(DXY)가 2.75개월래 최고치로 올라선 점에도 주목했다.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아라비카 종목은 재고 급감이라는 특수 요인이 달러 효과를 상쇄하며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주초에 브라질 주요 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 주가 평년 대비 1% 수준(0.3㎜)의 강수량에 그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커피 가격은 2주 만에 저점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주말을 앞두고 비 예보가 나오면서 건조 피해 완화 기대가 부상, 낙폭이 제한됐다.
베트남·브라질 공급 변수
베트남 통계청은 10월 13일 발표에서 2025년 1~9월 커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123만 톤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5/26연도 생산량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176만 톤(2,940만 포대)으로 4년 만에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의 공급 확대는 로부스타 가격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 측 면세·관세 이슈도 변수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세(50%) 갈등에 대해 “며칠 내 최종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가 해제될 경우 미국 내 브라질산 커피 조달 비용이 낮아져 수급 구조에 중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재고, 왜 중요한가?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관리하는 ‘인증 재고’는 선물 인도 가능 물량을 뜻한다. 재고가 줄어들면 선물 만기 인도 리스크가 커지고, 이에 따라 콘탱고(선물 고가·현물 저가) 구조가 좁혀지거나 백워데이션(현물 고가·선물 저가)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처럼 20개월 가까운 저점은 공급 불안 심리를 키워 가격에 상방 자극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기상 리스크: 라니냐*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9월 16일 보고서에서 남반구 라니냐 발생 확률을 71%로 상향했다. 라니냐는 중·남미에 극심한 건조를 유발, 브라질 커피 벨트의 개화기 꽃과 열매 형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라니냐: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
블룸버그 브라질 기상 분석에 따르면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지난달 평균 강우량의 70% 수준에 그쳤다. 업계는 만약 건조가 지속된다면 2026/27 생산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수급 전망과 투자 시사점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서비스국(FAS)의 6월 25일 예측에 따르면, 2025/26 세계 커피 생산은 전년보다 2.5% 늘어난 1억 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아라비카가 1.7% 감소하고 로부스타가 7.9% 증가할 것으로 관측돼 품종별 희비가 엇갈린다. 브라질 생산은 6,500만 포대(+0.5%), 베트남은 3,100만 포대(+6.9%)로 예상된다.
FAS는 2025/26 기말 재고가 2,281.9만 포대로 4.9%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ICE 인증 재고가 동반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세관이 브라질산에 부과한 50% 관세 때문에 미국 상사들이 계약을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어 단기 내 미국 내 실물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 시각
국내 커피 원두 수입 업체들은 ‘디퍼렌셜(원두 프리미엄)’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아라비카·로부스타 간 가격 차가 벌어질 때 블렌딩 전략을 다변화해야 원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커피 ETF·ETN을 통한 헷지 수단을 병행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무역상 관점에서 보면, 브라질·미국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경우 글로벌 체인 리테일러들의 조달 비용이 낮아져 스페셜티 커피 시장 내 ‘가격 재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협상이 지연될 경우 미국 내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져 ICE 재고가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헷지·투자 참고 지표
- 달러 인덱스(DXY): 원자재 가격 역상관 관계
- 브라질 헤알화·베트남 동(VND) 환율: 산지 통화 강세 시 수출가 상승 요인
- 커머셜·투자자 포지션(Commitments of Traders): 순매수 확대 시 가격 급등 가능성
- 현지 강수량·토양수분 지수(SM): 작황 추정 핵심 변수
가격이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는 옵션 변동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최근 아라비카 옵션의 내재변동성은 30%대 초반으로 평년보다 5~6%p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본 기사에 언급된 데이터와 전망은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