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Adidas AG)가 3분기 북미 시장에서 성장 둔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 본사를 둔 이 글로벌 스포츠웨어 업체는 지역별 실적에서 북미가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아디다스 브랜드의 북미 매출은 환율 변동 효과를 제외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유럽·중국·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의 성장률이 10%에서 21%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시장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둔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실적 집계는 단종된 ‘이지(Yeezy)’ 라인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지’는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현 예명 ‘예(Ye)’)와의 협업 스니커즈로, 북미 특히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2022년 논란 이후 협업이 종료되면서 아디다스는 해당 라인을 점진적으로 정리했고, 그 결과 ‘브랜드 성장률’ 지표에서는 이지 매출을 제외해 실제 체감 성장세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지’를 포함할 경우 북미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지’ 비중이 북미 판매에서 차지했던 비율이 상당했음을 방증한다. 아디다스는 ‘이지’ 재고 일부를 자선 경매 형식으로 판매하며 손실 최소화를 모색해왔으나, 단종이 확정된 이상 해당 라인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연간 실적 가이던스 상향
아디다스는 지난주 예비실적(Preliminary Results)을 공개하면서 2025 회계연도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회사 측은 “미국발 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의 일부를 효과적으로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환율·물류·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한 비용 절감 및 가격 인상 전략이 주효했다는 자체 평가다.
특히 베스트셀러 모델인 ‘삼바(Samba)’의 가격이 미국 공식 온라인몰 기준 90달러에서 100달러로 인상됐다. 전통적으로 합리적 가격을 유지해온 클래식 라인에 대한 가격 조정은 아디다스가 원가 압박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캐주얼 운동화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만큼,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소폭 인상은 매출총이익률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 지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주요 스포츠웨어 업체들이 판매량보다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나이키·푸마·룰루레몬 등 경쟁사 역시 프리미엄 라인 가격을 높이는 추세다.
“북미 시장은 물가 상승과 재고 조정 여파로 단위당 판매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디다스가 성장률 회복을 꾀하려면 이지 대체 라인 개발과 디지털 판매 채널 강화가 관건이 될 것” — 프랭크 브라운, 모건스탠리 스포츠웨어 애널리스트
전문가 코멘트※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북미 매출 성장세 둔화로 나타난 제품 믹스 변화다. ‘이지’ 단종 이후 공백을 메울 신제품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디다스가 브랜드 헤리티지(삼바·가젤·슈퍼스타)와 하이엔드 퍼포먼스 라인(울트라부스트·아디제로)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배치할지가 향후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북미 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 경쟁이다. 나이키가 여전히 30%대 점유율로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아디다스와 언더아머(Under Armour)는 2~3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 선호가 ‘레트로·클래식’ 트렌드와 ‘퍼포먼스·테크’ 트렌드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아디다스의 포지셔닝 전략은 큰 의미를 가진다.
용어 설명
Yeezy: 아디다스와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가 2015년부터 협업한 프리미엄 스니커즈 라인으로, 독창적인 디자인과 한정판 전략으로 유명했다. 2022년 파트너십 종료 후 아디다스는 잔여 재고를 한정 판매 및 기부 방식으로 소진 중이다.
Samba: 1950년대 축구화에서 시작해 70여 년 동안 클래식 스니커즈로 자리잡은 아디다스의 대표 모델. 최근 ‘레트로’ 열풍과 함께 패션 아이콘으로 재조명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아디다스는 북미 성장세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여성·Z세대 맞춤형 컬렉션 확대 ▲디지털 회원 프로그램 ‘아디클럽(adiClub)’ 강화 ▲지속가능 소재 제품 비중 확대 등 다각적 전략을 전개 중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부문 투자를 통해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회사 주가는 예비실적 공개 이후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일주일간 약 4% 상승했다. 시장은 비용 절감 효과와 향후 ‘이지’ 재고 처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목표가를 소폭 상향 조정하며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성공한다면 2025년 하반기부터 북미 매출 반등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아디다스의 3분기 북미 실적은 글로벌 평균을 밑돌았으나, 비용 통제와 가격 정책 선회로 전사 차원의 이익률 개선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향후 과제는 ‘이지’ 이후 대체 성장 동력 확보와 북미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다. 아디다스가 라인업 혁신과 디지털 전략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