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Citigroup)이 스테이블코인 자산 보관(커스터디)과 결제 서비스, 그리고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지원 같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보관 서비스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모색 중이다.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 수단으로 공식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이후, 씨티그룹뿐 아니라 피서브(Fiserv)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당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반드시 미 국채나 현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을 1:1로 보유하도록 규정해 전통 수탁은행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씨티그룹 서비스 부문에서 파트너십·혁신을 총괄하는 비스와루프 차터지(Biswarup Chatterjee)는 “고품질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커스터디가 우리가 가장 먼저 제공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대상 자금·현금관리, 지급결제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씨티그룹 서비스 부문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속에서도 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약 2,500억 달러(약 335조 원) 규모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 결제용으로 국한돼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티그룹은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와 같은 암호화폐 기반 투자상품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자산을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도 타진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당 상품을 승인한 이후, 블랙록(BlackRock)의 iShares Bitcoin Trust는 시가총액 약 900억 달러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차터지는 “ETF를 지원하려면 동일한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시장은 코인베이스(Coinbase)가 80% 이상의 ETF 발행사 수탁 업무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Coinbase 측은 성명을 통해 “대부분의 암호화폐 ETF 발행사가 당사를 수탁사로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결제 효율화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전통 은행망을 통한 해외 송금은 며칠씩 걸리지만, 토큰화된 달러(Tokenized USD)를 활용해 뉴욕·런던·홍콩 계좌 간 24시간 실시간 전송 서비스를 이미 운영 중이다. 차터지는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계좌 간 이전하거나 달러로 즉시 전환해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다수 고객사와 활용 사례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규제·보안 이슈1편집자 주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비교적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AML)·해외환 관리 규정 등 기존 법규를 여전히 준수해야 한다. 차터지는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기 전, 자산이 합법적 용도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사이버·운영 보안을 강화해 도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용어 설명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 같은 법정화폐나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 가치를 1:1로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커스터디(custody)는 기관이나 개인의 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전통 금융사와 암호화폐 네이티브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씨티그룹이 진입할 경우 규모·신뢰·규제 준수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코인베이스가 이미 시장 선점을 이뤘다는 점은 큰 장벽이다. 대형 은행의 참여는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높여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활용도를 급격히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은행권이 암호화폐 특유의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시장 성장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