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비상장 테크 기업 100곳 리서치 커버리지 확대

씨티그룹(Citigroup)이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기업에 대한 연구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비상장 기업을 다루는 신규 리서치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우주항공·소셜미디어 등 핵심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약 100개 기업을 집중 분석할 계획이다. 이는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최근 취하고 있는 유사한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씨티그룹은 이번 확장을 통해 특정 이벤트 기반 분석1—예컨대 제품 출시, 주요 고객 확보, 신규 사업 라인 진입—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에는 주가 목표(Price Target), 매수·매도(Buy/Sell) 투자 의견, 실적 추정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비상장 기업 특성상 공개 재무정보가 제한적이고,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보고서에는 목표 주가나 매수·매도 의견, 실적 추정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 씨티그룹 관계자

OpenAI, SpaceX, 바이트댄스(ByteDance)와 같이 이미 공모시장에서 상장사 못지않은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공·사(公·私) 시장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는 일부 S&P 500 지수 편입 기업을 뛰어넘거나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상장 기업과 상장 기업의 차이는?

상장 기업은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공개하고 공시 의무를 지니지만, 비상장 기업(private company)은 소수 주주만을 대상으로 지분이 거래된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나 경영정보가 제한적이어서, 기관투자가나 벤처캐피털은 전문 리서치에 의존해 정보를 확보한다. 씨티그룹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정보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이벤트 주도형(Event-Driven) 리서치는 회사의 특정 이벤트가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을 정밀 분석한다. 상장 기업의 경우 주가에 직접 반영되지만, 비상장은 시장 가격이 불분명해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더 큰 불확실성을 겪는다.

국제 금융사의 움직임

로이터는 지난 26일 미국 뉴욕발 단독 보도를 통해 JP모건체이스가 이미 비상장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JP모건 역시 높은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연기하거나 검토 중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재무·전략적 정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배포한다. 씨티그룹의 합류로 글로벌 대형 은행 간 비상장 시장 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급성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자율주행, 생성형 AI 등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비상장 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들이 투자자 관심을 독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 이전 단계에서 기업에 접근해 정보를 확보하려는 기관투자가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비상장 유니콘은 1,200개사를 넘어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AI·핀테크·바이오테크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씨티그룹의 리서치 확대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데이터 및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분석(Opinion)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씨티그룹이 단순 보고서 제공을 넘어, 사모펀드·벤처캐피털·기관 자산운용사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장기 로드맵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비상장 기업 IPO 주관 기회를 선점하려면, 사전 단계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 관점에서는 상장 전 밸류에이션 검증이나 잠재 리스크 파악에 리서치 보고서가 활용된다. 예컨대 AI 스타트업의 제품 출시 일정 지연이 밸류에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또는 주요 고객사 확보가 수익 추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정성적·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의 행보는 향후 글로벌 대형 증권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상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늦추는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어 비상장 시장 정보에 대한 역설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리하면, 비상장 테크 기업이 공모시장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 시점에, 씨티그룹의 리서치 확대는 투자자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은행 자체의 수익 다각화 전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이벤트 기반 분석(Event-Driven Analysis): 특정 기업 이벤트(제품 출시·M&A·규제 승인 등)가 재무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분석 방법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