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스페인 통신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GIC가 MasOrange-Vodafone Spain 간 광섬유 초고속 인터넷(Fibre-to-the-Home·FTTH) 합작법인 지분 25%를 약 14억 유로(약 2조 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4일 단독 보도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이르면 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가 예상된다. 합작법인은 약 1,200만 가구(주택·사업장)에 광섬유 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유럽 최대 규모 인프라 사업자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된다.
지분 구조는 다음과 같다. 2022년 오렌지 에스파냐와 마스모빌이 합병해 탄생한 스페인 최대 이동통신사 MasOrange가 58%를 유지하고, Vodafone Spain의 모회사 Zegona Communications가 17%를 보유한다. 여기에 GIC가 25%를 새로 편입하면서 3자 구조가 완성된다.
FT는 “MasOrange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Vodafone Spain은 차입 축소와 주주환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GIC는 무엇인가?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GIC)은 싱가포르 정부가 1981년 설립한 국부펀드다. 외환보유액을 장기적으로 운용해 국가 재정을 다변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운용자산은 약 8,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공식 발표는 없음). 글로벌 인프라·부동산·스타트업·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해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보수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운용 스타일로 유명하다.
스페인 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는 여전히 치열하다. Vodafone Spain, Telefónica(모비스타), MasOrange 등 주요 사업자들은 지역별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5G·광섬유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요금 인하 경쟁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대규모 네트워크 확대 자금 확보와 재무 건전성 제고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시장 영향 및 전망
① MasOrange는 통신 3사 가운데 부채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번 현금 유입으로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5G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② Vodafone Spain은 Zegona 인수 이후 재무 레버리지가 확대됐다. 지분 일부 유지와 동시에 현금 실탄을 손에 쥐게 돼 배당 여력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③ GIC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컨설팅사 ‘델타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스페인 FTTH 가입률은 이미 80%를 넘어 유럽 내 최상위권이며, 2030년까지 교외 지역 커버리지를 95%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따라서 장기 임대료 수익이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 용어 해설
• FTTH(Fibre-to-the-Home): 주택이나 사무실까지 광섬유 케이블을 직접 연결해 초고속·저지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 국부펀드(소버린 웰스 펀드): 국가가 외환보유액·자원 수익 등을 기반으로 만든 투자 기금으로, 중·장기적 자산 증식과 금융안정이 목적이다.
전문가 시각
마드리드 소재 IB ‘산탄데르 CIB’의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 합작법인은 이미 구축된 광섬유망의 추가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구축 비용을 분담할 파트너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GIC의 참여로 재무 안정성이 강화될 뿐 아니라,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2030’ 전략의 핵심 인프라 플랫폼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높은 금리 환경에서 인프라 자산의 할인율 상승 ▲통신요금 인하 압력 ▲EU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다만, 안정적 현금흐름·장기 계약·독점적 네트워크라는 인프라 자산의 특성은 금리 사이클 전반에 걸쳐 방어력을 제공한다.
종합하자면, 이번 거래는 스페인 통신사들이 부채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장기 투자자에게는 안정적 현금흐름과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윈윈 전략으로 풀이된다. GIC의 참여는 유럽 통신 인프라 자산에 대한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