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경제 회복 속도를 재확인했다. 이번 조정은 예상치를 웃돈 2025년 2분기 성장률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무역산업부(MTI)는 2025년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5~2.5%로 올렸다. 이는 상반기 실적이 견조했던 데 따른 결정으로, 당국은 올해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고했다.
MTI가 발표한 최신 속보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해 잠정치보다 0.1%포인트 상향됐다.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하는 수치다. 계절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QoQ)로는 1.4% 성장해, 1분기 –0.5% 역성장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MTI 관계자는 “제조업·관광·정보통신 관련 서비스업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그러나 글로벌 무역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는 성장 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에서 “이번 전망 조정은 이미 7월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BoA는 2025년 연간 산출갭(output gap) 추정치를 기존 –0.5%에서 +0.03%로 상향하면서도 “연말로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산출갭(Output Gap)이란? 산출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의미한다. 0보다 크면 경제가 잠재력 이상으로 과열되고 있음을, 0보다 작으면 경기 부진을 시사한다. +0.03%라는 수치는 사실상 경제가 잠재 수준 근방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화·재정정책 당국은 이 지표를 활용해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과열 여부를 가늠한다.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MTI는 공식 성명에서 “세계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 중국 및 유로존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하반기 리스크 요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해운·물류·전자 제조업은 수요 변동에 민감해 추세 반락 시 국내 성장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상향된 전망 범위(1.5~2.5%)가 잠재 성장률(약 2~3%) 하단부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기술 갈등이 심화될 경우 전자·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내년 상반기 수출 회복에 추가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비교적 낙관적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불안,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우려하는 측은 성장률이 범위 하단에 머물 가능성도 제시한다.
싱가포르는 환율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영한다. MAS는 7월 회의에서 싱가포르달러 명목효과실질환율(NEER)* 정책 밴드 기울기·중심값을 동결하며 현재 정책 스탠스가 물가와 성장 사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했다.*NEER: 무역가중치 방식으로 산출한 명목환율을 물가 수준으로 조정한 지표
BoA 보고서는 “밴드 기울기를 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세를 이어간다면 MAS가 2026년 전반까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MTI는 2025년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 초반대에서 중반대로 개선될 여지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전망치는 내놓지 않았다. 관광·소비 회복세 역시 작년 대비 지속 중이며, 국제회의·전시(MICE)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해 서비스업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결론 및 의미
이번 전망 상향은 싱가포르 경제의 회복 탄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방증한다. 다만 MTI와 민간 분석가 모두 하반기 글로벌 거시환경을 변수로 지목했다. 환율·금리 환경 안정, 반도체 사이클 반등, 여행·소비 심리 개선 여부가 2025년 실질 성장률을 결정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