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정책, ‘완화 vs 동결’ 전망 팽팽…깜짝 성장에도 의견 갈려

싱가포르 중앙은행(MAS)의 7월 정책 검토를 앞두고 완화 기조현 수준 유지 가능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싱가포르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정책 대응 방향을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시각차가 뚜렷해진 것이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에서 애널리스트 12명 가운데 6명은 7월 30일 예정된 정례 검토에서 MAS가 싱가포르 달러 명목효과환율(S$NEER) 정책 밴드의 기울기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6명은 현행 정책 동결을 예상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경기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미 두 차례 완화를 단행한 만큼 정책 효과를 지켜볼 ‘숨 고르기’가 적절하다는 견해로 갈렸다.


■ 분석 : 숫자로 보는 엇갈린 전망

로이터 조사에 응한 12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절반은 7월 30일 회의에서 정책 밴드의 기울기(slope)를 추가로 낮춰 잠재 성장률 하회에 따른 마이너스 생산갭을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은 MAS가 이미 2025년 1월·4월 두 차례 연속으로 완화 조치를 취한 만큼, 정책 효과를 점검할 시간을 갖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MAS는 2022년 10월 마지막 긴축 이후 동결 기조를 유지해오다가 2025년 들어 두 차례 연속 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4% 증가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를 모면했다. 이는 선행 생산 및 수출 물량을 앞당겨 집행(front-loading)한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분기 깜짝 성장을 너무 일찍 축하하기에는 이르다. 선(先)출하 효과에는 결국 ‘되갚음(pay-back)’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 싱가포르식 통화정책: 금리 대신 환율

싱가포르는 정책금리를 조정하는 대신, 자국 통화를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바스켓 대비로 평가한 S$NEER 밴드를 운영한다. 이 밴드의 기울기(slope), 중심선(mid-point), 폭(width) 등 세 가지 레버를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다.

※ 용어 설명 S$NEER(Singapore Dollar 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는 싱가포르 달러의 무역가중평균 명목환율을 뜻한다. 기울기를 낮추면 환율 상승(싱가포르 달러 약세)을 허용해 경기 부양 효과가 발생하고, 기울기를 높이면 달러 강세를 유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구조다.


■ 주요 기관별 전망

메이뱅크(Maybank)는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근거로 정책 동결을 전망하면서 2025년 GDP 예측치를 2.4%→3.2%로 상향했다.

OCBC의 크리스토퍼 웡 애널리스트 역시 “상반기 두 차례 완화 이후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정책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바클레이즈는 ‘밴드 기울기 평탄화(flattening)’를 예상했다. 보고서는 “선출하에 따른 반작용이 하반기에 드러날 것”이라며, 투자 심리 위축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중앙은행 동향과 시사점

세계 주요 중앙은행도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8회 연속 금리 인하 후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4월 올해 GDP 성장률 전망0.0~2.0%로 하향 조정했다. 당국은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과 선출하 효과 소멸로 하반기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 기자 관전평

현재 S$NEER 밴드 기울기는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기울기를 낮춘 상황에서, 추가 조정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가 압력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면 MAS가 한 차례 더 완화에 나설 수 있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보다 ‘제한적 성장 둔화 vs 고착화된 물가 목표 초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는 국면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개방경제라는 구조적 특성상, 환율이 곧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본 기자는 상반기 두 차례 완화를 감안할 때 7월 회의에서는 정책 동결 가능성이 한층 높다고 본다. 다만 미·중 관세 공방이 재점화되거나, 주요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확연해질 경우 MAS가 연말 또는 2026년 초 추가 완화 카드를 꺼낼 여지도 남아 있다.

결국 통화당국은 경제 펀더멘털과 물가·임금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밴드 중심선 하향 또는 폭 확대 같은 이례적 수단도 옵션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