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25년 7월 30일 기준 환율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과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조치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MAS는 S$NEER(싱가포르달러 명목 실효환율) 정책 밴드의 기울기를 유지하고, 밴드 폭과 중심선 또한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두 차례의 완화 조치 이후 처음 맞는 연속 동결 결정이다.
MAS는 성명에서 “올해 두 차례 정책 완화를 단행한 이후, 현재의 기조는 중기적 물가 안정에 따르는 리스크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 S$NEER 정책 밴드란?
싱가포르는 기준금리 대신 환율을 주요 통화정책 수단으로 삼는다. S$NEER 밴드는 싱가포르달러의 실효환율이 미리 설정된 상·하단 범위(밴드) 내에서 이동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가치로, 단순 달러/싱가포르달러 환율과 다르다.
이번 결정으로 밴드의 기울기(즉, 싱가포르달러 절상 속도)가 유지되며, 밴드 폭과 중심축도 변동이 없다. 이는 당국이 환율을 통한 물가 억제를 지속하되 추가 완화를 자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시장 기대와 길어진 관망전략
이번 정책 검토 직전, 로이터가 애널리스트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팽팽히 나뉘었다. 절반은 현행 유지를, 나머지 절반은 추가 완화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유지론이 적중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 두 차례 완화로 인한 선제적 효과와 2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이유로 제시했다.
📈 올해 두 차례 완화 조치 복기
싱가포르 통화청은 2025년 1분기와 2분기 초 연속으로 S$NEER 밴드의 기울기를 낮추는 방식으로 완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달러의 절상 속도가 완만해지며, 수출 경쟁력이 다소 회복됐고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료품·서비스 물가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자, 당국은 추가 조치 대신 관망 전략을 선택했다.
💡 전문가 시각 — ‘인플레 vs 성장’ 균형의 묘수
본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이코노미스트는 “MAS가 환율·물가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GDP 깜짝 성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된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식량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지는 점이 변수다. 따라서 MAS는 하반기 핵심물가(Core CPI)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 시 밴드 중심축 조정 혹은 기울기 완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남겨뒀다.
🧐 싱가포르의 ‘환율-중심형’ 통화정책이 주는 시사점
다른 선진국들이 정책금리(Policy Rate)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개방형 소규모 경제 특성상 환율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도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세계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하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 향후 관전 포인트
• 3분기·4분기 GDP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경우, 통화정책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 총체적 인플레 및 핵심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MAS가 밴드 중심선을 조정하거나 기울기 완화에 나설 수 있다.
•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 S$NEER 상단 압력 완화 차원에서 추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MAS가 2분기 깜짝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동결한 것은 물가 안정과 환율 변동성 관리라는 중-장기 목표를 우선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가계 소비 회복세,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등 실물지표를 주시하며 MAS의 다음 행보를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